"김성 유엔주재 北대사, 유엔에 '식량난 심각' 호소"
美NBC방송 "北, 국제기구에 긴급 원조 요청"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북한이 유엔 주재 대사를 통해 식량난을 호소하며 국제기구들에 긴급 원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N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 명의로 유엔에 보낸 공문을 통해 식량 공급이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식량 배급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밝혔다.
NBC방송이 북한 대표부로부터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북한은 자연 재해, 그리고 영농 자재의 구입에 지장을 주는 외부의 제재가 겹친 것을 식량난의 원인으로 내세웠다.
김성 대사는 이 공문에서 지난해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와 공동으로 작황을 평가한 결과, 이상 고온과 가뭄, 폭우와 제재의 영향으로 곡물 생산량이 2017년보다 50만3천t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성 대사는 그러면서 "필요한 영농 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제재 조치가 식량난의 또다른 주요 요인으로, 블루 컬러 혹은 화이트 컬러 노동자 가정에 대한 배급량을 지난 1월 1인당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 대사는 북한이 식량 수입을 늘리고 올해는 조기 추수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하고 7월에 가서야 배급량을 겨우 10g늘릴 수 있을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NBC방송은 WFP에 북한과 공동 평가 작업을 벌였는지, 공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를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이 식량난을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다. NBC방송은 이에 대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이를 거론한 것이 시기적으로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전직 미행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과거에도 식량난을 시인하고 국제 원조를 요청하면서 제재를 걸고 넘어진 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주장하는 것이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협상 전술일지도 모른다고 논평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국장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약점을 인정하는 것일지 모르나 의도가 없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미국에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측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재 완화를 설득할 어느 정도의 모멘텀을 갖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한 탓으로 지난해 미국의 인도주의적 원조는 전년 대비 근 57%가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2천500만 인구 가운데 약 41%에 해당하는 1천30만명이 식량 공급의 불안정에 직면했으며 1천10만명이 영양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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