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 부모, '허위 파산' 혐의로 가택 연금
곤혹스러운 렌치 "터무니 없는 정치 보복"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테오 렌치(44) 전 이탈리아 총리의 부모가 허위파산 혐의로 체포됐다.
19일(현지시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렌치 전 총리의 아버지인 티치아노 렌치, 어머니인 라우라 보볼리가 허위 청구서 발행 등의 부패 혐의로 피렌체 검찰에 기소돼 18일 가택 연금에 처해졌다.
피렌체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나이의 렌치 전 총리의 부모는 동업 방식으로 운영하던 2곳의 소규모 회사의 허위 파산에 관여하고, 제3자 이름으로 허위 청구서를 발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렌치 전 총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에 여러 건의 법적 분쟁에 휘말려 렌치 전 총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동시에, 그의 정적에게 비판의 빌미를 준 바 있다.
렌치의 부모는 작년에도 운영하는 회사를 위해 허위 청구서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한 심리는 다음 달 시작된다.
렌치 전 총리는 부모의 가택 연금 소식이 전해지자 북부 토리노에서 열 예정이던 신간 저서 소개 행사를 전격 취소하고, 이번 조치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부모님과 관련한)수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조치가 터무니없고, 불균형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내가 만약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우리 가족이 이런 진흙탕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이 자신이 이탈리아를 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분개하면서, "만약 누군가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법 체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어떤 세력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피렌체 시장을 지낸 렌치 전 총리는 2014년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취임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 생명을 걸고 야심 차게 추진한 헌법 개혁 국민투표가 부결된 책임을 지고 2016년 12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중도좌파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하던 그는 작년 3월 실시된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의 기세에 밀려 민주당이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자 당 대표직에서도 사퇴했다.
현재 상원의원으로 재직 중인 렌치는 지난 주 '또 다른 길: 내일의 이탈리아를 위한 생각'이라는 책을 새로 내놓고,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정치적 재기를 위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으나, 부모의 부패 추문으로 이런 행보에 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렌치의 정치적 앙숙으로 꼽히는 극우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렌치 부모의 가택 연금 소식에 "축하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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