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선서 '유니콘' 화두로…TV토론서 '상식부족 논란' 불거져
여당 지지자들, 야권후보 추격 부담에 과잉반응 해석도
토론장 인근서 폭발음…경찰 "폭죽으로 확인…인명피해 없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노후한 사회기반 시설, 농촌 빈곤, 산불 등 주요 현안과 함께 '유니콘'이 난데없이 화두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1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자카르타 시내 술탄 호텔에선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이 진행됐다.
에너지, 식량, 사회기반 시설, 천연자원, 환경 등을 주제로 열린 이 날 토론회는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총재가 1대1로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래 19만1천㎞에 달하는 도로와 공항, 항만을 건설해 취약한 기반시설을 확충한 것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웠고, 프라보워 총재는 충분한 타당성 조사 없이 사업을 추진한 탓에 비효율과 낭비가 심각했다고 공격했다.
에너지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식물성 유지인 팜오일 등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사용을 늘리고, 천연자원 이권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데서는 두 후보의 입장이 일치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 국민의 시선이 가장 집중됐던 대목은 스타트업 산업 육성 정책과 관련한 조코위 대통령의 말에 프라보워 총재가 보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유니콘'을 성장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기반시설을 마련할 것이냐"고 물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질문한 것이었다.
프라보워 총재는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유니콘'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듯 "유니콘이 뭐냐? 그 온라인의 것들을 말하는 거냐"며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코위 대통령 지지자들은 프라보워 총재가 기본 시사상식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신속히 이슈화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마에 뿔이 달린 일각수(一角獸)에 올라탄 두 후보의 모습을 담은 합성사진이 무수히 올라왔고, 인터넷에선 '유니콘 기업'이란 용어를 몰랐다고 상식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다만, 이처럼 인신공격에 가까운 반응이 나온 배경에는 조코위 지지자들이 프라보워 총재의 약진에 느끼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진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총재보다 9.2∼20.1%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자의 지지율 격차가 차츰 좁혀지는 데다, 1억9천만명에 육박하는 유권자 중 10% 이상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으로 분류돼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내에서는 갑작스레 큰 폭발음이 들려 토론회 생방송을 시청하던 양 진영 지지자 수십명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장소에선 옆구리가 패인 가로수 등이 발견됐지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폭죽이 터져 난 소리에 불과하며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지 일각에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목적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폭발물을 터뜨렸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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