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초등학교, HIV 감염 어린이 14명 퇴학 논란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공립 초등학교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어린이 14명을 무더기로 퇴학 조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일간 자와포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앙 자바 주 수라카르타(솔로) 시에 있는 푸르워토모 공립 초등학교는 이달 초순 HIV 감염 학생 14명을 퇴학시켰다고 전날 밝혔다.
HIV 바이러스가 자녀에게 전염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퇴학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으로 전학할 것이라며 학교 측을 압박한 결과다.
학교 관계자는 "HIV 보균자와 일상생활을 함께 한다고 감염이 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학부모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퇴학 된 학생들은 예전에 다니던 다른 초등학교가 통폐합되는 바람에 지난달부터 푸르워토모 초교에 다니게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HIV 감염 아동을 보호·지원해 온 현지 비정부 기구인 른테라(Lentera) 재단의 창립자 푸그르 물요노는 "이 학생들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어떤 문제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학교에선 다른 학부모들이 보균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랬다"면서 푸르워토모 초교 학부모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수라카르타 교육 당국은 HIV 감염 어린이들을 받아 줄 다른 학교를 물색하고 있지만, 언제쯤 정상적으로 학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2억6천만명이 사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선 2000년 이후 HIV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2018년 기준으로 63만명이 HIV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한 해 8천500명의 신생아가 HIV에 모체 감염된 채 태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카르타 등 일부 지방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HIV 검사를 받지 않으면 혼인신고를 할 수 없도록 조처하기도 했다.
HIV 감염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통상 10여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면역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감염 경로는 성인의 경우 성관계로 인한 경우가 많지만, HIV에 오염된 주삿바늘이나 혈액, 혈액제제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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