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으로 KCGI 달래고, 일부 제안 수용'…한진그룹 자구책
한진 "작년 순이익 50% 배당, 서울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감사위 설치·사외이사 늘리기 등 외부 우려 불식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KCGI의 '경영 참여 공세'에 대응을 자제하던 한진그룹이 13일 경영발전 방안이 담긴 자구책을 내놨다.
작년 순이익의 절반을 배당하고, 그룹의 숙원 사업지였던 서울 송현동 부지를 내놓는 등 시장을 달래고, KCGI 등의 경영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다.
먼저 눈에 띄는 조치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이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15년(41.7%) 이후 최대 규모 배당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을 말한다.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이고, 배당금으로 50억원이 지급되면 배당성향은 50%다.
한진칼의 배당성향을 보면 2017년 순이익 2천388억원, 배당성향 3.1%로, 총 7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6년에는 순이익이 1천140억원 났지만 배당하지 않았고, 2015년은 순이익 96억에, 배당성향 41.7%로 40억원을 배당금으로 내줬다.
아직 한진칼이 작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배당금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만약 2017년 수준의 순이익을 거둔다면 배당금 규모가 1천억원이 넘게 된다.
한진칼은 작년 배당성향을 크게 늘린 것에 대해 "주주 이익환원 및 주주중시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2대 주주인 KCGI(지분 10.81%)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6.70%)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KCGI가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펀드이고, 국민연금 또한 연기금 운용 수익률이 중요한 만큼 배당 확대를 통해 한진[002320]에 대한 불만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감사위원회 설치 또한 눈길을 끈다.
한진그룹은 이날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감사 1인 체제가 감사위원 3인 체제로 전환된다.
이 조치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현행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이면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한진은 지난해 별도 기준 자산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날 조치로 이런 추정이 확인된 셈이다.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는 데,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감사위 설치로 조 회장 측은 물론 KCGI와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3%로 묶이게 돼 두 회사 모두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조 회장 측에 유리한 구조가 됐다.
앞서 KCGI는 한진칼에서 감사 선임을 시도했지만, 한진칼이 단기차입금을 늘려 자산규모 2조원을 넘기게 하면서 현 경영진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KCGI는 한진 감사로 박지승 진성회계법인 대표를 선임할 것을 한진 측에 요구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이런 제안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칼과 한진의 사외이사를 현재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KCGI는 지난달 말 감사 1인 선임과 함께 현 경영진과 무관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2인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한진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사외이사 늘리기는 이런 제안을 완전히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한진그룹은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CGI가 제안한 내용을 수용한 조치도 있다.
서울 송현동 호텔 부지를 연내 매각하고,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사업을 재평가해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KCGI가 기업가치 제고 일환으로 한진에 주문한 것이다.
이 밖에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내부회계관리 운영·감독 조직을 신설하고, 사외이사 과반이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의 불법 거래를 감시하겠다는 조치도 한진그룹 경영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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