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억씩 버는 클럽이 마약 유통하겠나" 경찰 발언 논란
경찰, 버닝썬 내 유통 의혹에 '물뽕' 판매사이트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살피는 경찰 수사책임자가 클럽에서 조직적인 마약 유통이 없었다고 단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경찰의 한 수사책임자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에 관해 "버닝썬과 관련돼 한두 건 입건된 사례는 있다"며 "기존(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수사했던 사안도 있고 과거 사례를 토대로 해서 수사를 더 깊이 하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클럽 내에서 마약류가 유통·투약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클럽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는 한편 이른바 '물뽕'(GHB) 판매 사이트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 수사책임자는 "마약과 관련한 내용은 사실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수사해온 내용"이라며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팩트와 벗어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마약 유통과 관련해 확인한 정황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생각을 해보라. 상식적으로 몇십억씩 돈을 버는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겠느냐"고 반문해 논란이 됐다.
이어 그는 "선입견은 아니고 물론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겠다"며 발언을 수습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번 사안을 두고 예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버닝썬에서는 클럽 운영진의 묵인 아래 각종 마약류가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GHB라 불리는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가 빈번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HB는 데이트 상대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몰래 음료에 타는 식으로 사용되며 '물뽕'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매가 가능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 주최 측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께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버닝썬' 사건은 지난해 11월 24일 김모(28) 씨와 클럽 보안요원 간 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클럽 직원에게 끌려가는 여성을 도우려다가 보안요원과 출동한 경찰에 폭행당했다며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클럽에서 이용객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잇따라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성폭력, 마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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