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래미 화두는 다양성…여성·非백인·힙합 약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올해 그래미 어워즈 화두는 다양성이었다.
흑인 여성 뮤지션이 사회를 맡는가 하면 흑인 래퍼 켄드릭 라마가 8개 부문에 최다 후보로 올랐다. 아시아 뮤지션 방탄소년단은 시상자로 나섰다.
여성, 힙합과 R&B 등 흑인음악, 백인이 아닌 인종에 인색한 그래미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것이다.
◇ 여성의 성취, 가감 없이 보여줬다
포문은 흑인 여성 뮤지션 얼리샤 키스가 열었다.
2002년 제45회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을 시작으로 십수회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사랑스러운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리샤 키스는 "이런 멋진 행사에 혼자 서기는 부담이 크다"며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걸출한 가수 제니퍼 로페즈와 레이디 가가, 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주인공이었다.
레이디 가가는 "사람들은 제 노래, 생긴 모습이 이상하다고 했다. 제가 만드는 음악이 잘 안 될 거라고 했다"며 "하지만 음악은 제게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했다. 음악의 힘을 믿었고, 덕분에 오늘 여러분 앞에 섰다"고 뭉클한 연설을 했다.
축하 무대에서도 여성들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해 '하바나'로 세계 음원 시장을 휩쓴 카밀라 카베요가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로 첫 순서를 장식했다.
래퍼 카디비가 블랙팬서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머니'를 불러 좌중을 압도했고, 사회자인 얼리샤 키스도 본업인 가수로서 '킬링 미 소프틀리' 등을 들려줬다. 허(H.E.R), 두아 리파도 멋진 무대를 펼쳤다.
특히 다이애나 로스, 돌리 파튼과 같은 원로 여성 가수들이 노래할 땐 관객 전원이 기립해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1960년대 전설적인 걸그룹 슈프림스로 데뷔한 다이애나 로스는 9살 손자(라이프 헤녹 켄드릭) 소개로 등장했다. 로스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더 베스트 이어스 오브 마이 라이프'와 '리치 아웃 앤드 터치'를 선사했다. 객석을 파고들며 노래한 그는 "해피 버스데이 투 미"라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까지 조명한 그래미
카밀라 카베요 첫 무대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건 피처링으로 참여한 리키 마틴이었다.
라틴계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 리키 마틴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열광시켰다. 가사 대부분은 스페인어로 소화했다. 카밀라 카베요 역시 쿠바에서 넘어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흑인음악 산실 '모타운 레코드' 60주년을 기념한 특별 무대도 마련됐다.
스티비 원더, 슈프림스 등 걸출한 뮤지션을 배출한 모타운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성을 널리 보여줘 인종차별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흑인음악을 오늘날 미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밀어 올린 데도 모타운 공이 혁혁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오프닝 인사말에서 "모타운 음악에서부터 모든 음악 덕분에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제니퍼 로페즈는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해 '댄싱 머신', '댄싱 인 더 스트리트', '플리즈 미스터 포스트맨', '머니', '두 유 러브 미', 'ABC'까지 모타운이 지난 60년간 내놓은 히트곡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이어 원로 가수 스모키 로빈슨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이 걸'을 선사했다. 얼리샤 키스, 니요도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줬다.
나아가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에 시상자로 올라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말하며 깊은 감동을 줬다.
이들은 직접 후보에 오르진 못했지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오르며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까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모두 초대되는 역사를 썼다.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자는 흐름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도 포착됐다.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가수'인 조이 빌라는 '벽을 건설하라'(Build the wall)라고 적힌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경 장벽을 암시한 것이다. 빌라는 2017년 시상식에도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새긴 드레스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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