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성 높을수록 위험 줄어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기준금리가 하락할수록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며 은행의 위험 수준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대출의 양을 늘릴 뿐 아니라 대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정호성 연구위원, 김의진 부연구위원은 10일 BOK경제연구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 경로'라는 보고서에서 "단기금리가 1.6%포인트 하락할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평균적으로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팀이 2000년 3월∼2018년 6월 단기금리, 은행의 수익·자산구조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단기금리는 기준금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금리다.
위험가중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변수로, 위험가중치가 높아질수록 부실 우려가 높은 은행의 위험 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하락할 때 은행 위험 수준은 커진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수익성 저하 우려로 은행은 고위험, 고수익 대출 신용공급을 늘린다. 이 때문에 은행이 보유한 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은행에 노출된 위험이 증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의 수익성이 높을수록 단기금리 수준이 은행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높은 은행은 굳이 위험을 크게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위험, 고수익 대출에 대한 유인이 수익성이 낮은 은행보다 적은 셈이다.
연구팀은 "통화정책이 신용의 양뿐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리 외에 다른 변수가 은행의 위험 수준에 영향력을 지니는지 분석한 결과 은행 수익성이 위험 수준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이자마진(NIM)이 1.2%포인트 상승할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평균 1.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의 자본·자산구조는 일반적으로 은행의 위험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은행들이 2008년 이후 자체적으로 차주 신용도, 자산 종류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부여하는 내부 등급법을 채택한 이후에는 가계대출 비중, 단기 자산 비율 등 자산구조가 은행 위험 수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