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문턱 닳겠네' 한국당 당권주자들 또 영남 집결
吳·黃 포함 7명 당권주자 일제히 TK로…洪 PK로
'표' 되는 책임당원 영남 지역에만 절반 탓
TK 표심 과대대표 우려 속 전국정당 지향 퇴색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권 주자들이 또다시 영남으로 집결했다.
8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한국당 당권 주자 7명은 대구·경북(TK) 지역을 일제히 찾았다.
이들은 이날 열리는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 남·울릉)의 의정보고회 참석차 TK 지역을 찾아 대구, 경북 영덕·영천·경주·울진 등 지역 구석구석을 훑는다.
경남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홈그라운드인 경남 마산과 창원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듣고 유튜브 1인 방송 TV 홍카콜라의 경남 게릴라 콘서트를 연다.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 그리고 5명의 현역 의원까지 8명 이르는 당대표 주자의 불꽃 튀는 경쟁에 비례해 TK 지역을 찾는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당권 레이스에 시동이 걸린 지난달 중순 이후 유력 주자인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의 동선만 봐도 TK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 집중돼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4∼25일 1박 2일간 경북 구미와 대구를 연이어 방문한 데 이어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3일에도 재차 대구를 찾아 전통적인 보수민심 구애에 공을 들였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사표를 던진 직후 첫 방문지도 경북 의성과 안동이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대선 출정식을 한 대구 서문시장에서 현실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황 전 총리도 지난 21일 첫 공개 지방 일정으로 대구와 부산을 택했다.
황 전 총리는 TK보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당세가 약한 호남 지역까지 훑은 점도 눈에 띈다.
다른 주자들에 비해 TK 표심에 강점이 있다고 보고 수도권 등으로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권 주자들의 눈이 TK 지역으로 쏠리는 이유는 TK 표심이 당선을 좌우할 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전국 책임당원 약 33만명 가운데 TK 지역에 10만명 가까이 몰려 있다.
부·울·경의 책임당원 7만여명까지 합하면 영남 지역 책임당원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더구나 TK는 정치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통한다.
오세훈·홍준표·황교안 등 유력 주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저마다 생각을 달리함에도 TK 표심잡기에 지속적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박심'(박근혜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어제 유영하 변호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당이 '진짜 친박(친박근혜)'이냐, '가짜 친박'이냐 논쟁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전날 출마선언에서 들고나온 '박근혜 극복론'을 재차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는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라는 논란에 빠져들었다"며 "이것이 황 전 총리의 한계로, 앞으로 이런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각 주자가 영남 표심에만 지나치게 매몰될 경우 전당대회에서 이 지역, 특히 TK 표심이 과대대표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이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당대표 선거에서 수도권 등 영남 외 지역 표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TK의 인구가 전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책임당원이 TK에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인구 편차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긴 어렵겠지만, 계속 TK에만 책임당원이 쏠리면 지역정당으로 가게 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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