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메이, 국경문제 '안전장치' 논의…계속 협의키로(종합)
메이 "브렉시트 제시간에 단행…탈퇴협정에 변화 필요"
융커 "합의문 재협상 불가…'미래관계 정치선언' 협상엔 개방적"
양측 대표 11일 추가 협의…융커·메이, 이달 말 이전 재회동
(브뤼셀 런던=연합뉴스) 김병수 박대한 특파원 =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만나 논란이 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 내용 중 국경문제 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했으나 해결책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양측은 다만 3월 29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브렉시트를 50여일 앞두고 이뤄진 이 날 회동에서 메이 총리는 영국 하원의 결정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규정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앞서 작년 11월 EU와 영국 간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서 양측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영국 하원에서 지난 1월 15일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 때 의원들은 '안전장치' 탈퇴 시기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영국이 이를 탈퇴하려고 해도 할 수 없어 EU에 종속된다며 대거 반대표를 던져 승인투표를 부결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영국 하원에서 이뤄진 '브렉시트 플랜 B' 투표에서 의원들은 EU와 브렉시트 합의문의 '안전장치' 규정에 대해 재협상할 것을 결정했다.
메이 총리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이날 융커 위원장은 회동에서 '안전장치'에 대해 재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신 융커 위원장은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이 합의한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의 내용에 대해선 다시 협상할 수 있다고 메이 총리에게 역제안했다.
융커 위원장과 메이 총리는 이날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동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발표문에서 "EU 27개국은 영국의 탈퇴협정에 대해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융커 위원장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발표문은 이어 "융커 위원장은 그러나 EU 27개국과 영국이 체결한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에 대해선 그 내용과 속도를 더 야심 차게 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고치는 대신에 작년 11월 양측이 서명한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의 내용을 고쳐 영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법을 제시해 계속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국경문제 안전장치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함에 따라 미셸 바르니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와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 장관이 오는 11일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양측은 밝혔다.
또 융커 위원장과 메이 총리도 이달 말 이전에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양측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융커 위원장에 이어 이날 오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도 면담했다.
메이 총리는 EU 집행위원회를 떠나면서 "(EU 수뇌부와) 아주 좋은 일련의 만남을 가졌다"면서 "힘든 논의였지만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와 관련한 영국 의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EU 탈퇴협정에 법적 구속력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EU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쉽지 않겠지만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융커 위원장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나는 브렉시트를 제시간에 단행할 것"이라며 "이것이 영국 국민을 위해 내가 하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열심히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전날 투스크 상임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투스크 의장은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의 만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에 대해 "무사히 이를 완수할 계획의 밑그림조차 없이 브렉시트를 장려한 이들을 위해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영국 정치권에서는 투스크 의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메이 총리는 "투스크 의장이 어제 한 말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영국 내에서 많은 실망을 불러왔다고 얘기했다"면서 "영국과 EU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며, 그것이 투스크 의장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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