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중거리핵전력조약' 이행 중단 결정 강력 비난
하원 "최후통첩성 발표 수용못해…러의 조약 위반 주장 근거없어"
상원 "美 이미 오래전에 탈퇴 결정…반드시 대응 조치 취할 것"
"동결된 미사일 프로젝트 재가동할 수도"…푸틴, 안보회의 개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옛 소련 시절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이행을 중단하고, 6개월 후 탈퇴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결될 것'이라고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며 "우리는 그러한 (발언)톤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또 다른 최후통첩을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INF 조약을 위반한 9M729 순항미사일을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근거가 없다면서 "러시아는 여러 차례 미사일의 사양이 조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들은 우리말을 듣지 않고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유리 슈비트킨도 "미국의 INF 탈퇴 결정은 유감을 불러일으킨다"면서 "하지만 그 결정은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감을 불러일으켜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이 조치는 긴장 고조·군비 확대를 초래하고 군비경쟁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도 "미국이 처음부터 그러한 톤(협박성 톤)을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 최후통첩성 언어를 선택한 것은 협상할 생각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INF 조약을 위반하는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길 몹시 원하고 있다"면서 다만 자신들의 행동을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 대한 대응으로 포장하길 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최후통첩 오래전에 이미 (조약 탈퇴) 결정을 내렸으며 러시아의 어떤 행동도 이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미국이 이제 조약 파기를 향한 또 한 걸음을 뗀 것에 대해 전 세계를 상대로 '축하하고 싶다'"고 비꼬았다.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위원 프란츠 클린체비치는 "우리는 군비경쟁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반드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소련 시절부터 내려온 중·단거리 미사일과 관련된 동결된 프로젝트들이 적지 않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끝내 INF 탈퇴 방향으로 나아가면 러시아도 이에 맞서 동결된 소련 시절의 중·단거리 개발 프로젝트들을 재가동하겠다는 경고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에 앞서 "아주 유감스럽게도 이 결정(INF 이행 중단 결정)이 며칠 내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어떤 논증도 듣고 싶어하지 않고 어떤 실질적 협상도 진행하길 꺼리는 미국의 태도로 볼 때 조약을 파기하려는 미국의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안보회의를 열고 베네수엘라 사태와 함께 미국의 INF 조약 탈퇴 문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7년 초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의 사거리가 2천~5천km로 INF를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9M729의 사거리가 500km를 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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