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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N 여행] 강원권: 나지막한 숲의 속삭임…'순백의 세상' 인제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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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N 여행] 강원권: 나지막한 숲의 속삭임…'순백의 세상' 인제 자작나무숲
시베리아 벌판 온 듯…셔터만 누르면 동화 속 주인공처럼 '인생 샷'



(강원=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도는 3일을 제외하고 대체로 맑고 포근해 어디로든 떠나도 좋다.
꽃과 잎이 없어도 순백의 화려함이 넘치는 '인제 자작나무숲'이 이번 달까지만 탐방을 허락한다.
때마침 인제 소양호에서는 '빙어축제'가 열려 얼음낚시도 즐기고 자작나무숲에서 순백의 세상을 거닐며 힐링할 수 있어 가족, 연인들과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 '자작자작' 나지막이 속삭이는 비밀의 숲
수피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낼 정도로 살결이 뽀얀 나무. 그래서 '숲속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나무. 바로 자작나무다.
인제군 원대리 138㏊(138만㎡)의 국유림에는 41만4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온통 '순백의 세상'이다.
무려 축구장 면적(7천140㎡)의 193배가 넘고, 여의도 면적(290㏊)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
자작나무숲은 인제읍 원대리 원대봉(684m)에 자리 잡고 있다.
자작나무숲은 입구 초소에서 3.2㎞의 임도를 따라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다.
이마에 땀방울이 흐를 즈음 자작나무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순백의 고운 자태를 뽐내며 '자작자작' 나지막이 속삭인다.
그 속삭임에 이끌려 숲 한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시베리아 벌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작나무숲 탐방로는 모두 4개다.
'자작나무코스'인 1코스(0.9㎞)에서는 순백의 자작나무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2코스(1.5㎞)는 '치유 코스'다.



'탐험 코스'와 '힐링 코스'인 3코스(1.1㎞)와 4코스(2.4㎞)는 아쉽게도 지금은 길이 얼어붙은 탓에 탐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작나무숲 전망대 '하늘 만지기'에 오르면 하얀 자작나무 군락은 코발트색 하늘과 맞닿아 마치 수를 놓은 것처럼 이채롭다.
탐방로 어디에서든 셔터만 누르면 '인생샷'이 따로 없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아직 흰 눈이 내려앉은 환상적인 모습은 연출하지 못했으나 이번 주 일요일 산간지역에 반가운 눈 소식이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등산화와 스틱, 아이젠을 꼭 챙기는 게 좋다.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껍질에 기름이 많아 주로 땔감으로 쓰였다.
20m 이상 죽죽 뻗은 미끈한 줄기와 곱고 흰 나무껍질(樹皮) 덕에 '나무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빽빽한 자작나무숲을 거닐다 보면 마치 시베리아나 북유럽에서 본 이국적인 경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에서 주근깨 빼빼 마른 주인공 앤이 친구 다이애나와 수다를 떨고 사색에 잠겼던 곳도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잔가지가 위로 죽죽 솟구치는 시베리아 계열로 백두산, 개마고원 일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작나무는 모두 인공조림이다.
자일리톨도 추출되며 자작나무 수액은 무병장수에 좋다고 알려졌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 시인이 자작나무를 소재로 쓴 '백화'(白樺)를 보면 이북 사람들에게 자작나무가 얼마나 흔했는지 알 수 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이처럼 북쪽에서는 흔했으나 남쪽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자작나무숲이 인제에 자리 잡은 데에는 비화가 있다.
원래 원대리는 소나무가 주를 이뤘으나 1988년 솔잎혹파리가 숲을 초토화했다.
이듬해 산림청은 소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997년까지 7년 간의 조림 끝에 지금의 자작나무 명품 숲이 탄생했다.
비밀의 화원처럼 베일에 가려 있던 자작나무숲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12년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자작나무숲이 가늘지만 꼿꼿하게 하얀 추억을 물들일 순백의 동화 속 주인공들을 기다린다.



◇ 설 연휴 대체로 맑음…일요일 눈 또는 비
설 연휴 강원도는 대체로 맑겠다.
일요일 새벽부터 내륙과 산간지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고, 동해안에도 빗방울이 떨어지겠다.
4∼6일은 맑겠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바다 물결은 4∼5일 2∼4m로 높게 일겠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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