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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 의원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조성길 잠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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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전 의원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조성길 잠적 인정"
친북 성향의 라치 전 의원 "'부부가 함께 도망쳤다' 말해"
조성길 전 대사대리, 여전히 행방 묘연…"상당기간 '미스터리'로 남을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이탈리아 정치인에게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잠적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로마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새로 부임한 김천 대사대리 등 북한 대사관 공관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당시 북한대사관 측이 조성길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의 잠적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임기 만료를 앞둔 작년 11월 초순에 가족과 함께 북한 대사관에서 이탈해 종적을 감추고 서방에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라치 전 의원은 지난 달 후반에 북한대사관을 찾았을 때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은)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김 대사대리가 "남편과 부인이 도망쳤다"(Sono scappati moglie e marito)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라치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자녀도 함께 없어졌느냐는 질문엔 "평양으로 돌아갔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라치 전 의원의 전언은 북한 정부 관계자가 조 전 대사 부부의 잠적 사실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달 초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북한대사관 이탈과 서방 망명설이 처음 보도된 이후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은 그동안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이미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 소속의 발렌티노 페린 전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 현지 일간 일조르날레와의 지난 달 초 인터뷰에서 "지난 달 10일 조성길의 후임자인 김천 대사대리 등 북한대사관 공관원 2명을 만났는데, 당시 그들이 조성길이 이미 평양에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치 전 의원은 지난달 북한대사관 방문 당시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북한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커 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잠적을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자, 북한대사관 직원들도 '우리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라치 전 의원은 그러나 "북한대사관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2차 정상 회담 등을 앞두고 있어 한반도의 운명에 중차대한 시점에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잠적한 것이 "시점상 좋지 않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나란히 노벨평화상을 타면 좋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작년 세 차례를 비롯해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총 13차례 북한을 방문한 라치 전 의원은 이탈리아 정계에서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여겨지는 인사로,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잠적 직전인 작년 10월 하순에 그와 만나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서로 상당한 친분이 있는 사이다.



한편,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잠적 사실이 공개된 지 약 1개월이 지난 가운데, 초기에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갖가지 추측을 쏟아내던 이탈리아 언론은 지난 달 6일부터는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 그의 잠적과 행방을 둘러싼 현지의 관심은 완전히 사라진 분위기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은 당초 조 전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당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망명지가 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이탈리아를 떠나 비밀리에 미국이나, 영국 등으로 건너갔다는 추정도 나왔고, 한편에서는 그가 프랑스 등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 제3국으로 넘어갔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지의 외교 관계자는 "그가 이탈리아 정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이미 제3국으로 떠났더라도 사안의 민감한 성격상, 그의 행적이나 소재가 단시일 내 드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이번 사건은 상당 기간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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