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구제역 재발…충북 또 방역소홀 오명 쓰나
항체 형성률 전국 평균치 웃돌지만 충주 농가 '확진'
3만7천 마리 살처분 2014년 겨울철 '악몽' 재연 우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경기 안성에 이어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충북지역 축산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구제역 항체 형성률에도 '불청객 구제역'이 또다시 찾아와서다.
지난해 말 기준 충북 축산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소 98.7%, 돼지 85.9%에 달한다.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소 97.4%, 돼지 80.7%)보다 높다.
이런 상황서 충주에서 또다시 구제역이 터지자 방역 당국과 농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월 이후 지금까지 잠잠했던 구제역이 다시 전국을 휩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내에서 구제역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것은 2017년 2월 5∼13일이다.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이후 전북 정읍, 경기 연천으로 확산했다.
도내에서 7개 농가의 소 953마리가 살처분됐고, 전국적으로는 9개 농가의 소 1천392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283만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을 긴급 접종하면서 당시 구제역 사태는 발생 8일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이번 구제역 사태에 대한 초동방역에 실패할 경우 2014년 겨울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도내 36개 농가의 소·돼지 3만6천909마리, 전국적으로는 196개 농가의 소·돼지 17만3천 마리가 살처분됐다.
2000년 국내에서 구제역이 처음 창궐한 이후 2번째로 큰 피해를 봤다.
가장 피해가 컸던 때는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당시 11개 시·도, 75개 시·군 6천241개 농장의 소·돼지 33만6천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충북도는 이번 겨울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안성 지역의 2개 농가와 충주 한우 농가 사이의 사료 차량 경유 등 특별한 역학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연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기 중에 떠도는 바이러스에 의해 소가 구제역에 걸렸고, 그 바이러스가 항체 형성률이 낮은 소로 옮겨가면서 증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방역 당국과 가축 사육 농가가 백신 접종 후 가장 기초적인 차단 방역을 소홀히 해 구제역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이런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축산 농민은 "차단 방역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닌데 구제역만 터지면 왜 충북이 진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지, 왜 다른 시·도에서 충북으로 확산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확산할 경우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조치를 하면서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충주 한우 농가 구제역 확진…전국 확산 가능성 높아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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