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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 년간 문명을 이끌어온 마력(馬力)
'말의 세계사'로 본 인간과 지구 역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일상에서 '마력(馬力)'이라는 용어를 무심코 쓴다. 말 그대로 '말의 힘'이다. 기관이나 터빈, 모터도 마력이라는 동력 단위로 달린다. 기차를 '철마(鐵馬)'라고 한 데도 뿌리 깊은 내력이 있다.
인간과 말이 만난 시기는 무려 6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진화한 말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과 멸종을 거듭한다. 먹이가 풍족하지 못한 불모지에서 그 해부학적 특성을 발달시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거리를 달리는 네발짐승이 됐다.



미국의 인류학자 피타 켈레크나가 쓴 '말의 세계사'는 6천 년 동안 인간사회에서 파생된 문화적 영향으로 나타난 마력을 다룬 연구서다. 기원전 4000년에서 기원후 2000년까지 말이 인간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초원지대에서 온 말이 세계사를 어떻게 뒤바꿔놨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며 책의 제목처럼 말의 세계사를 개관한다. 그리고 말과 인류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준다. 고고학, 야금술, 고생물학, 역사학의 성과물이 집약돼 있어 말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말과 인간의 뿌리 깊은 공생관계를 알아보려면 초원지대와 사막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유럽의 헝가리에서 중국의 국경 지역까지 6천400km에 이르는 유라시아 초원지대에서 말은 6천 년 전부터 사육됐다. 이렇듯 광활한 변방의 부족들은 오랜 세월 동안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문명의 중심지를 공격하고 약탈했다.
이들이 개척한 광범위한 이동 경로 덕분에 생필품 등 각종 물품과 문화가 신속하게 운송되고 전달될 수 있었다. 온갖 재배종의 수용, 신기술의 도입, 발명품의 전래, 사상과 종교의 전파, 과학과 기술의 확산이 바로 그랬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마(軍馬)와 무구(武具) 때문에 광범위한 파괴를 야기하는 전쟁도 끊이지 않았다.
저자는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를 가로지른 구세계의 기마 정복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추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원전 4000년에서 기원전 1000년 사이에 흑해-카스피해 지역에서 서쪽으로는 유럽까지,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 너머까지 이뤄진 말 문화 확산 등을 차례로 살피고, 유라시아 유목 목축업자들이 철기시대에 성취한 수준 높은 번영에도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인간 짐꾼은 기껏해야 하루 20여km를 걸으며 소량의 짐을 운반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말은 속도와 운송량, 전투와 전쟁에서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했다. 예컨대 칭기즈칸의 정예 전령들은 하루 400km 속도로 내달렸다.
옮긴이 임웅 씨는 "무엇보다 이 책이 거둔 최고의 성취는 아메리카 대륙에 말이 재도입된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이다"면서 "아메리카 대륙에는 한때 말이 존재했다가 일찍이 인간의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고 덧붙인다.
글항아리 펴냄. 752쪽. 3만8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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