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새 외국인투자법 형식적 의견수렴에 외국회사들 좌절"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할 목적으로 새 외국인투자법 입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외국인 회사들은 불만이 많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법률안 초안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유관 부처와 기업 협회, 전문가, 외국 투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의견' 청취 절차가 형식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리잔수(栗戰書)상무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외국인투자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 1차 심의를 한 데 이어 한 달 남짓 만에 두 차례 심의를 한 것이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다음 달 24일까지 공공 의견 청취를 마치고 3월 초 개최되는 전인대 전체회의에 최종 법안을 제출해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30일 전인대 상무위가 3월 초 전인대 전체회의 개최에 앞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전인대가 새 외국인투자법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의식한 '여건 조성용' 성격을 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미·중 기업협의회를 비롯한 외국 기업인 단체들은 중국 정부와 전인대의 새 외국인투자법 입법 과정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WSJ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미·중 기업협의회는 회원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해 중국 정부와 전인대 상무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기업 단체들은 전인대 상무위가 자신들의 의견을 입법 과정에서 반영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공공 의견 청취가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기업협의회의 자콥 파커 부회장은 전인대 상무위의 새 외국인투자법 심의에 대해 "외국기업으로부터 충분한 피드백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했다"면서 공공 의견 청취 시한이 끝난 뒤에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들과 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공개한 법안 초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외국인투자법 초안에는 외국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술의 강제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원론적이고 모호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공공 의견 청취를 이유로 공개한 이 법안의 초안에는 외국인 지적 재산권 보호, 외국인 기술의 강제이전 금지, 외국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기업에 대한 금융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법률 초안은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간의 기술 합작을 자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며, 행정 기관이나 정부가 행정적 수단을 활용해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측은 지난 29일 새 외국인투자법이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적용하는 단일 '회사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SJ는 지적했다.
외국기업들은 또 외국인투자법 초안에 중국 규제 당국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외국기업에 개입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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