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유예' 합의·협상 타결 했지만…논란 불씨 여전
현대차 요구대로 '35만대 생산까지 유예'…노사협의회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갈등 소지 남아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인 현대자동차와의 투자 협상이 주요 쟁점인 '임금·단체협상 유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면서 타결에 이르렀다.
양측은 협약을 맺고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노사협의를 통해 이 부분을 계속해서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30일 시·현대차·지역 노동계(한국노총 광주본부)가 마련한 투자협약안을 의결했다.
최종 협약안은 주 44시간 근무에 임금(초봉) 3천500만원 보장, 자동차 생산 규모 연간 10만대 규모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지속가능성 보장을 위해 '신설법인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안도 포함했다.
여기에 부속 조항으로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넣었다.
초기 경영 안정을 위해서는 임단협 유예가 일정 기간 필요하다는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노동계가 우려하기 때문에 이를 협약안에 명시하지 않고 이후 노사협의회에서 결정(유예)하자는 것이다.
현대차는 임금 인상, 노조 결성 등으로 초기 경영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며 임단협 유예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35만대 생산 달성까지 조항은 사실상 5년까지 임단협을 유예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시는 35만대 달성이 노동계가 우려한 대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예기간을 최소화하고 노사협의가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며 양측을 설득해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혁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광주형 일자리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다시 협상을 무산시킬 수 없었다는 부담도 협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의 주된 쟁점이 된 임단협 유예에 대해 사실상 '협의를 유예하자'는 것이어서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약 이후 노사협의 과정에서 임단협을 하느냐 마느냐, 노조를 결성하느냐 등을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유예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임단협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갈등을 빚는다면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또 노동계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이 협상에서 완전히 빠져 있어 이들의 반발을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민주노총과 산하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중복 투자로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파업까지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고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친환경 차로의 전환, 안정적인 생산 물량 확보, 경영책임 문제, 자본금 충당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사협의가 기존의 투쟁에서 벗어나 노사협의체를 통해 대화로 임단협 유예 문제 등을 풀어가자는 쪽으로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며 "양측의 오해와 우려를 해소하고 상생 차원에서 함께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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