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농수산물시장 임시 판매장 개소…점포 20여 곳만 영업
일부 상인 "수족관 없어 장사 못하고, 하수관도 엉망" 볼멘소리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설 대목을 앞두고 불이 난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의 임시 판매장이 30일 개소식을 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장사를 다시 시작한 상인들은 모처럼 웃음을 지었지만 70여개의 점포 중 절반이 되지 않는 20여개 점포만 문을 열어 반쪽짜리 개소식이 됐다.
울산시는 이날 오후 3시께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입구 옆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판매장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개소식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 각 구·군 국회의원, 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송 시장은 "밤을 새워 준비했지만, 목표한 날짜보다 하루 늦게 판매장을 개소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엄청난 일을 당하고도 의연하게 다시 일어난 상인분들이 힘을 내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이곳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송 시장 등은 판매장을 돌며 수산물을 구매하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날 임시 판매장에서 다시 생선 장사를 시작한 양우숙(82)씨는 "불이 난 이후로 지금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잤는데 이제야 살 맛이 난다"며 "아직 냉장고도 없고 시설이 이전보다 열악하지만, 단골들이 다시 점포를 찾아와줘서 물건을 좀 팔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양씨는 "시에서 영업장을 준비하는 데 힘을 많이 써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수산물 소매동에 입점해 있던 점포 78곳 중 임시 판매장에 마련된 점포는 총 74곳이다.
이날 영업을 재개한 점포는 생산이나 조개, 젓갈, 고래고기 등을 파는 20여 곳이다.
그러나 횟집은 1곳을 제외하고는 수족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거나 수족관을 아직 들여오지도 못해 개장하지 못했다.
이르면 31일이나 다음 달 1일께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포도 있었지만, 몇몇 점포는 수족관을 마련하지 못해 설 연휴가 지나고 나서야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횟집들이 문을 열지 못하자 초장집들도 대부분 이날 장사를 포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가 생색내기용으로 개소식 행사를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상인은 "절반이 넘는 점포가 아직 문도 못 열고 있는 마당에 무슨 개소식이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임시 판매장의 불편사항을 토로하는 상인들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상인은 "천막 위에 하루빨리 창을 달아줬으면 좋겠다"며 "매대 위로 햇볕이 들어서 생선이 다 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횟집 쪽에 마련된 하수관로가 잘못 설치돼 바닥에 흐르는 물과 생선 찌꺼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며 "전부 다시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천막 위에 창을 설치하는 것은 현재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하수관로에 대한 지적은 상인들과 의논해 해결하겠다"며 "빠른 개장을 위해 기반 시설을 급하게 설치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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