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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총선 '종이호랑이'…반대 안건 관철비율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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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총선 '종이호랑이'…반대 안건 관철비율 0.9%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불구 지난해 반대의결권 539건 중 5건만 부결시켜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투자기업에 대해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실제 주주총회에서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 받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현황'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한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투자기업 수는 764곳, 주총 수는 768개, 안건 수는 2천864건이었다.
구체적 의결권 행사 내용을 보면 찬성이 2천309건으로 80.6%, 반대는 539건으로 18.8%였다. 반대의결권 행사 비율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에 10%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중립·기권은 16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반대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에서 실제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에 그쳤다. 반대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다만 국민연금 전체로 봤을 때는 미약했지만,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둥 축의 하나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위가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자체 결정한 안건 6건 중 2건을 부결시키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탁자책임위가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서 관철한 구체적 안건은 2018년 3월 21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총의 정관변경안건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 2건이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기존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구성한 조직이다.
지난해 10월 위원 14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주주권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로 짜였다.
이 중에서 주주권행사 분과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횡령·배임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저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를 훼손 행위에 대해 주주권행사 여부를 정한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탁자책임 활동을 펼친다.
이 가이드라인은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으로 투자기업에 대한 제한적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놓은 국민연금이 구체적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을 어떻게 전개할지 절차와 기준을 명시한 세부 지침이다.
이 지침에 따라 국민연금은 먼저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 투자기업 중에서 배당뿐 아니라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이사·감사 선임 안건 중 2회 이상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하지 않는 등 중점관리사안별로 대상기업을 선정한다.
이후 이들 기업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에 나선다. 그런데도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개서한 발송,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임원의 선임·해임·직무 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 경영참여(주주제안)에 해당하는 주주권행사 등 단계별로 압박수위를 높여간다.
국민연금은 이런 기업 내부 경영 관련 사안뿐 아니라 사주 갑질,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이른바 '컨트러버셜 이슈'(Controversial Issues;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나 쟁점을 총칭)로 사회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우려를 낳은, 이른바 '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주주권을 행사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자 모범규범이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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