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새까지 애를…" AI 항원 검출 을숙도 인근 농가 비상
을숙도 주변 부산 강서구·사하구에만 가금류 농가 64곳
구청서 양계 농가 점검, 철새도래지 방역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심장이 너무 떨립니다."
부산 사하구에서 돼지 사육을 하며 농장 한쪽에서 닭 80마리를 키우는 한 양계농장주는 30일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삼각주 을숙도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7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날 알려진 뒤부터다.
아직 고병원성인지 아닌지 판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농장주는 "3일 전에 구제역 소식 때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이제는 철새까지 애를 먹인다"고 푸념했다.
이날 사하구청 공무원들도 비상점검에 나섰다.
김수하 사하구청 주무관은 "농가에 설치된 조류차단망에 구멍이 없는지 소독약은 곳곳에 잘 비치됐는지, 닭이 물을 잘 먹으며 건강한지 등을 점검했다"면서 점검표에 체크하며 농장 곳곳을 꼼꼼하게 살폈다.
AI 항원이 검출된 을숙도 주변 강서구와 사하구 지역에는 가금류 농가 64곳이 있는데 이들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저병원성인 경우는 확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고병원성인 경우는 농가들에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농식품부는 항원이 검출된 을숙도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를 '야생조수류 예찰 지역'으로 정했다
이병훈 부산시 방역팀장은 "각 구·군을 통해서 해당 농가에 가금류와 사람의 이동 통제하도록 조치했고, 축협에 설치된 공중방역단도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가금류 농가들이 근심이 많아 방역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을숙도를 비롯한 생태공원을 관할하는 낙동강 관리본부와 동물위생 시험소도 각각 방역 차량을 동원해 방역에 나섰다.
에코센터 한 관계자는 "야생동물의 이상징후나 야생동물 폐사체 발견 시 환경부 AI 대응상황반에 즉시 신고하도록 지침을 받았다"면서 "철새서식지와 소하천 주변에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전체 구·군에도 매일 방역이 실시된다.
부산에는 기장군, 금정·사하·해운대·강서구 5개 구·군에 336곳의 가금류 농가가 있다. 이들 농가에서 기르는 닭·오리는 14만 마리로 파악된다.
부산에는 2017년 6월에는 기장군 한 농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닭, 오리, 오골계 등 4천228마리가 모두 살처분됐다.
2016년 12월에도 토종닭 20마리와 오골계 7마리를 키우는 기장군 농가에서 AI가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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