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넘치던 中인터넷기업 감원 한파…"거품 걷히는 중"
무역전쟁·경기둔화 여파…공유자전거 '오포' 위기, 업계에 교훈
'수출 1번지' 광둥성, 실업률 목표 상향 조정…20여년 만에 최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막대한 규모의 외부 투자 덕분에 넘쳐대는 자금을 무기 삼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몰두하던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급속한 경기 둔화 국면을 맞아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30일 보도했다.
작년 12월부터 중국 인터넷에서는 메이퇀(美團), 모바이크, 더우위(斗魚), 취뎬(趣店) 등 인터넷 관련 회사들이 감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같은 업계를 상징하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 역시 대량 감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을 축소 개편하거나 외부 채용을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감원 소식을 부인하면서 정상적인 인력 조정과 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취업 정보 업체인 쯔롄(智聯) 보고서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술 자문 및 인터넷 업계의 채용 공고량은 전년 동기보다 51% 감소했다.
취업 시장 동향에 정통한 헤드헌터들 역시 인터넷 기업들의 감원이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화교 신문인 연합조보(聯合朝報)는 헤드헌터 업계를 인용, 메이퇀이 올해 외부에서 간부 영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력 시장의 주도권이 취업 희망자에서 사용자로 넘어가면서 임금이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헤드헌터 업계에 따르면 작년 2만5천 위안(약 414만원)이던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자의 월급은 현재 2만 위안 이하로 내려갔다.
중앙통신사는 "인터넷 기업들의 감원과 월급 감소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및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성적으로 변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며 "업계의 거품이 걷혀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공유자전거 산업을 대표하던 기업인 오포(ofo)의 파산 위기가 중국 인터넷 업계 투자 분위기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이크와 더불어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포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데도 중국 전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추가 투자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1천만명의 이용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실상의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져 대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한 파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오포의 사례는 풍부한 외부 투자에 기대 수익성 확보보다는 몸집 부풀리기에 몰두하던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상하이의 한 헤드헌터 업체 고문은 연합조보에 "과거 자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인터넷 기업들은 돈을 쏟아부어 규모를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했다"며 "현재 자본이 빠져나가고 많은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어 살아남은 기업들도 더욱 신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올해 중국에서 고용 안정 문제가 심각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중국 당·정은 지난달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역점을 둔 '6가지 안정'(6穩) 목표를 제시하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고용 안정'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이는 중국 지도부 역시 경기 둔화 가속화 흐름 속에서 고용 문제가 심각한 당면 문제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4.9%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공식 통계에 정확하게 반영이 어려운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들이 최근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 체감 고용 안정도는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무역 전쟁의 여파로 수출 주문이 감소하고 중국 안팎 기업의 생산 기지 해외 이전 흐름이 가시화하면서 수출 전진 기지인 광둥성의 취업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차이신(財新)은 30일 광둥성이 최근 올해 실업률을 3.5% 미만으로 제어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목표치는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올해 중국의 고용 안정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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