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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결국 INF 탈퇴하나…냉전시대 미사일 개발 경쟁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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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결국 INF 탈퇴하나…냉전시대 미사일 개발 경쟁 재연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 기념비적인 군축협정으로 지적돼온 중거리핵전력협정(INF) 이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함으로써 결국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시한 이후 협정 이행이 일단 정지(suspension)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는 이달 초 제네바와 하순 브뤼셀에서 접촉을 갖고 막바지 이견해소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공언대로 다음 달 2일부터 INF는 폐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라고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블룸버그 뉴스 등 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이행 정지와 함께 탈퇴(withdrawal)까지 동시 발표할지는 불분명하나 통상 탈퇴를 선언하고 완결짓는 데는 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 러시아가 지난 1987년 체결한 INF 규정을 위반해왔다는 지적이 미국의 전ㆍ현직 행정부 관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해서 제기돼 왔으나 막상 미국이 협정이행을 중단할 경우 미-러 관계는 물론 광범위한 글로벌 전략적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를 지낸 프랭크 로즈는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만약 미국이 INF를 탈퇴할 경우 미-러 관계의 전략적 안정성 유지와 동맹 간 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미-러 양자조약이 아니라 유럽안보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NF 주 적용 대상 지역이 유럽이었던 만큼 유럽에 냉전 시대처럼 다시금 미사일 경쟁 우려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측의 협정 위반을 이유로 INF 이행 정지 의사를 천명했으며 이어 12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협정 정지에 앞서 러시아 측이 다시 협정을 준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60일간의 시한을 부여했다. 그 시한이 다음 달 2일 만료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 간에 체결된 INF는 사거리 500-5500km 범위의 핵 및 재래식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배치를 금하고 있다.
INF 협정은 특히 유럽에서 미사일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냉전 종식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이후 러시아 측과 협정이행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막바지 시도로 안드레아 톰슨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이달 초 제네바에서 러시아 측과 만났으며 러시아 측은 미국 측에 핵심 쟁점인 크루즈 미사일에 대한 현지 사찰을 제의했으나 미국은 미사일 파괴만을 고집하며 이를 거절했다.
톰슨 차관은 미국이 수차례 증거를 제시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면서 러시아가 다시 협정을 준수할 가능성에 회의를 나타냈다.
문제 핵심인 크루즈 미사일은 9M729형으로 러시아 측은 최근 모스크바 주재 외국 무관 및 언론인들에게 미사일을 공개, 여론전에 나섰다. 러시아 측은 이 미사일이 480km 사거리를 갖고 있다며 INF 협정이 규정한 범위(500km)에 20km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9M729 미사일이 구형 9M728형에 비해 보다 강력한 탄두와 정교한 유도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추진체와 엔진, 연료탱크 등은 구형과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신형 미사일이 구형보다 큰 연료탱크를 장착, 더 먼 사거리를 갖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또 보다 무거워진 탄두와 통제장치 때문에 사거리가 오히려 10km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된 지상 배치형 이지스 어쇼어 미사일이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미 미사일이 순수 방어용인 만큼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단 협정이행을 정지하면 협정에 구애받지 않는 '옵션'을 갖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2일 이행 정지 조치 이후 어떤 작업에 착수할지 아직 분명치 않다. 행정부 관리들은 그렇다고 무차별 군비경쟁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협정 중단은 불가피하게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미국이 9M729 미사일을 겨냥한 신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러시아도 기존의 9M729 개선에 들어갈 경우 신무기 경쟁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군축협회(ACA)의 킹스턴 레이프 군축ㆍ위협감소 국장은 한편으로 미-러 양국이 협정이행 중단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협정의 규정에 어긋나는 미사일의 경우 유럽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에 배치토록 하거나, 아니면 INF 규정 범위에 포함되는 미사일의 경우 핵무기 장착을 금지한다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과학자회(BAS)도 최근 지구종말을 암시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설정하면서 INF 이행 정지를 한 배경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미 미국이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한 만큼 협정이행 중단으로 추가 군비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
미 민주당 소속의 하원 군사위 및 외교위원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INF 이행 중단의 우려를 나타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저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상원의 상당수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INF 이행 정지조치에 동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상 조약이나 협정 가입 시 상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탈퇴에는 아무런 의무 절차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의회로서 가능한 것은 행정부가 INF 협정에 위반하는 신형 미사일 개발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재정 지원에 제동을 하는 것이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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