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성훈 감독 "좀비 설정에 가장 공들였다"
"넷플릭스와 작업은 너무나 새로운 경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큰 기대 속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은 영화와도 같은 규모와 미장센을 자랑한다.
조선 시대 역병이라는 소재를 좀비 사극으로 풀어낸 이 드라마는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눈을 사로잡는 오프닝부터 좀비 떼가 몰려오는 마지막 장면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28일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는 밀도 차이가 있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찍었다. 김은희 작가의 대본이 워낙 탄탄했다"라며 "매 장면에 엄청 집중했다"고 첫 드라마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는 두 시간이라는 상영 시간의 한계 때문에 아깝게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이번에는 서사를 하나씩 밟으면서 갈 수 있어서 편했다"며 "스크린 같은 큰 화면에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 소비되는 사극이라는 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제가 사극은 처음이거든요. 고증에 신경 쓰면서도 드라마와 맞지 않을 때는 극을 살찌울 수 있는 방식으로 있음 직한 무언가를 만들어냈죠. 그 시대를 재현해낸 극이 해외에 소개되는 데 있어서 책임지는 자세로 접근했습니다."
좀비에 대한 설정을 철저히 구축해 기존 좀비극과 차별화도 꾀했다.
"좀비를 개념적으로 구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죠. 영화 '부산행'에 참여했던 안무가와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다만 '부산행'의 좀비들은 뼈를 꺾는데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죠. 저희가 세운 규칙은 좀비가 미친 듯이 뛰고, 피부색이 까맣고, 머리가 마비됐기 때문에 공룡처럼 손은 보조적 수준으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부산행'이 남긴 유산을 가지고 계승·발전하면서 저희만의 좀비 모습을 보여주고자 일주일에 두세번씩 좀비 트레이닝을 했죠. 연기자들이 끝까지 잘 해주신 것이 결과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1화에 역병 환자들이 산처럼 쌓이는 모습과 6화 마지막에 좀비 떼가 안개를 뚫고 뛰어오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1화 장면은 최초 기획부터 상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술적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 위에 사람이 올라가면 다칠 수도 있어서 철저하게 보호대로 감싸고 촬영했다"며 "6화 장면은 최대 200명의 좀비 연기자들이 실제로 전력 질주했다. 진정한 주인공들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줬다. 김 감독은 이 작업이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플랫폼인 데다가 후발 주자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극에 아이와 여자가 나오는데 서구와 우리는 젠더의식 등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장면이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보여주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후반 작업할 때도 철저하게 관리했죠. 예술적인 부분은 저희가 하고 화면 오류라든지 기술적인 부분은 넷플릭스가 전부 책임졌습니다. 그래서 동료 감독들이 넷플릭스와의 경험담을 물으면 저는 '무조건 하라'고 합니다."
'킹덤'은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넷플릭스는 조회 수 등 인기의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탓에 김 감독도 "시청자 반응이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구글에 검색해서 해외 리뷰를 보고 있다. 아직은 넷플릭스 측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듣고 있다"라며 "안방에서 보기에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퀄리티를 여러분이 계신 안방에 가져가는 시도를 조심스럽게 해봤는데 그것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