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뇌부 독려에도 '시진핑 신도시' 슝안신구 건설 지지부진
선전·푸둥 이어 베이징 남서쪽 100㎞에 '국가급 특구' 조성
"경제성 떨어지고 환경오염 심해 기업·대학 모두 이전 꺼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의 천년대계'로 추진 중인 슝안(雄安) 신구의 건설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자신의 재임 기간에 남길 업적으로서 국가급 특구나 신구 개발에 열을 올렸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선도할 중심도시로서 광둥성 선전(深천<土+川>) 특구를, 장쩌민은 중국의 금융 중심지로서 상하이 푸둥(浦東) 신구를, 후진타오는 새로운 성장 지역으로서 톈진의 빈하이(濱海) 신구를 육성했다.
시 주석의 경우 슝안신구를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길 원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슝안신구는 '시진핑 신도시'로도 불린다.
수도 베이징의 기능 분산을 위해 베이징 남서쪽 100㎞ 지역에 건설하는 슝안신구는 4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국가급 특구로 조성하며,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유치해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2017년 초 슝안신구 조성 계획이 발표되고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슝안신구 건설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금융 지원 등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슝안신구로 이전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영기업이나 대학, 병원, 연구소 등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시 주석이 지난 16일 슝안신구를 방문해 신도시 마스터플랜과 정책, 건설 상황 등을 보고받고 신화통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러한 독려마저도 사업 진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난징대학의 구쑤 교수는 "시 주석은 분명 슝안신구 추진의 지지부진함에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슝안신구에 대한 비판과 이견에 맞서 슝안신구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맞서 이견을 표출하기 쉽지 않은 중국이지만, 많은 전문가는 슝안신구 사업 추진의 불투명성과 타당성 부족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도시개발 전문가 챠오룬링은 "이 지역은 중국의 정치적 중심지와 가까워 아직도 민간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위층의 개입과 관료주의가 심각하다"며 "어떻게 스타트업이 여기에서 번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전 특구나 푸둥 신구의 경우 중국 개혁개방의 중심지로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뤄낸 남부와 동부 해안 지역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톡톡히 누렸지만, 슝안신구는 그런 이점을 누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슝안신구가 자리 잡을 수도권은 중국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 중 하나여서, 과연 혁신기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이 이곳에 자리를 잡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구쑤 교수는 "많은 전문가와 기업가들이 (슝안신구의) 위치, 생태적 문제점, 사회경제적 비용 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내가 알기로는 이것이 바로 처음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투자가들이 슝안신구를 떠난 이유"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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