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오사카가 경기 전에 듣는 노래 제목은 'Win'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요? 전 그 반대로 느껴져요"
다음 목표는 3월 BNP 파리바오픈-마이애미오픈 우승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너무 빠르게 느껴지지 않냐고요? 아뇨, 오히려 그 반대인데요."
아시아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우승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오사카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2-1(7-6<7-2> 5-7 6-4)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 이어 최근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오사카는 28일자 순위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세계 1위에 오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세계 랭킹 72위였던 22세 신예 오사카가 최근 5개월 사이에 메이저 대회를 두 번이나 제패하고, 세계 1위에도 등극하자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결과가 매우 일찍 이뤄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오사카는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그동안 해온 연습이나 치렀던 경기들을 돌아보면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참 느리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전하고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희생을 안다면 갑자기 이뤄진 결과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앞으로 여자 테니스계에 오사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테니스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사카처럼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이후 곧바로 이어진 메이저 대회까지 제패한 사례는 2000년 이후 오사카까지 세 명이 있었다.
2000년 비너스 윌리엄스(39·미국)가 윔블던과 US오픈을 연달아 우승했고, 2001년에는 제니퍼 캐프리아티(43·미국)가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윌리엄스와 캐프리아티의 이후 행보는 잘 알려진 대로 큰 차이를 보였다.
윌리엄스는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테니스의 전설로 인정받지만 캐프리아티는 2004년에 은퇴했다.
캐프리아티의 은퇴에는 부상이 주된 이유였으나 18세 때 마리화나 소지로 체포되고, 같은 해에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프리아티 이후 18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이후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른 오사카는 기량은 물론 정신력 면에서도 윌리엄스 쪽에 더 가깝다는 평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에 이어폰을 통해 듣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제이 록이라는 가수의 'Win(윈·승리)'이라는 노래"라고 답했다.
아이티 사람인 아버지가 지난해 US오픈 때부터 지겹도록 들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오사카는 "테니스라는 종목이 항상 다음 대회가 있고, 다음 그랜드 슬램이 있다"며 "누구나 연습을 통해 계속 이기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결과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목표로 일단 3월에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BNP 파리바오픈과 마이애미오픈 연속 우승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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