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일대일로' 해안철도사업 결국 취소…"재정 감당 못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 주도로 추진되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프로젝트를 고심 끝에 취소하기로 했다.
27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시공사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股·CCCC)과의 계약을 취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는 현재 해당 사업을 끝까지 이어갈 재정적 역량이 안 된다"면서 "프로젝트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연간 발생하는 이자 비용만 거의 5억 링깃(약 1천35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는 CCCC에 상당한 금액의 위약금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즈민 장관은 다른 사업자를 통해 ECRL 프로젝트가 재추진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그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CCCC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림관엥 재무부 장관은 "필요하면 주중에 성명을 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일부 매체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CCCC가 진행하던 협상이 지난 22일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810억 링깃(약 22조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를 400억 링깃(약 11조원) 수준으로 줄이고 현지 기업의 참여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CCCC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계약 취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ECRL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말레이반도 동부 툼팟에서 서부 해안 클랑 항(港)까지 668㎞ 구간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통로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작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현 집권당은 같은 해 7월 ECRL 사업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토지수용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초 550억 링깃(약 15조원)으로 예상됐던 사업비가 810억 링깃까지 치솟는 데다, 수익성도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달 초 현지 중문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과) 공식적·비공식적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데 중국이 동의할 경우 ECRL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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