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5G' 황창규, 다보스서 "한국이 5G 주도" 선언
글로벌 100대 기업 CEO에 "미·중 아닌 한국이 표준"…의약품운송 프로젝트도 추진
"젊은 인재가 경영 이어받아야" 내년 임기 마치고 퇴진 밝혀
(다보스=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황창규 KT 회장이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의 표준은 미국, 중국이 아닌 한국이라며 5G 서비스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보스를 찾은 황 회장은 클라우스 슈밥 WEF 창립자의 초청을 받아 글로벌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에 참석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열린 IBC 회의에서 황 회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5G가 주제로 다뤄지자 "미국, 중국보다 한국이 더 나은 기술과 서비스,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한국이 5G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화웨이를 앞세운 중국이 5G를 주도하겠다고 했지만 화웨이는 장비업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5G는 빠른 속도와 초연결성(Ultra-Connectivity), 초저지연성(Ultra-Low latency)을 모두 구현한 지능형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G를 주도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 중국의 5G 경쟁력은 장비 경쟁력이며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자율주행, 원격진료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플랫폼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 회장은 25일 다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5G를 장비로만 이해했던 CEO들이 설명을 듣고 5G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IBC 회의 후 포럼 기간 황 회장을 만난 글로벌 기업 CEO들은 그를 '미스터 5G'로 부르며 더 많은 설명을 듣고 싶어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같은 날 애플 팀 쿡 CEO와도 9년여 만에 재회했다.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황 회장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반도체 사업을 논의할 때 팀 쿡과도 인연을 맺었다. 잡스 사망 후 전기에 추천사를 써주면서 팀 쿡과는 각별한 사이가 됐다.
황 회장은 팀 쿡 CEO에게 "애플도 5G를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팀 쿡 CEO는 "5G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거나 황 회장을 미국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라파엘 리프 총장은 "MIT 학생들에게 5G를 강의해 달라"며 황 회장을 초청했다.
황 회장은 "4G까지는 B2C(기업-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5G에서 B2C는 5%에 불과하고 B2B(기업-기업), B2G(기업-공공) 중심 서비스가 95%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의료, 보안, 안전, 에너지 등 공공 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현대중공업, 포스코를 예로 들면서 5G가 상용화하면 안전, 보안 수준이 크게 강화되기 때문에 제조기업의 사고율이나 제품 결함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다보스포럼 기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5G 기술을 소개했다. 푹 총리는 황 회장에게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5G를 상용화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글로벌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EP)을 발표하며 시선을 끌었던 황 회장은 올해 포럼에서는 로밍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추적 및 확산방지 사례를 설명했고 의약품 운송프로젝트(스카이십) 추진을 공개했다.
헬륨을 쓰는 비행선 형태의 스카이십은 백신 운송에 쓰이는 드론보다 운항거리(200㎞)와 적재 한도(5kg)가 배 이상이고 비행 시간도 6시간으로 30분인 드론보다 우위에 있다.
황 회장은 "중소기업과 독점 계약한 스카이십은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게 준비 중이다"라며 "GPS 기반으로 자율비행이 가능하고 냉장 기능까지 있어서 백신 운송에 최적화돼있다"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황 회장은 "젊고 유능한 인재가 경영을 맡기를 바란다"며 더는 연임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2014년 처음 선임된 황 회장은 3년 임기 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통신기업을 6년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라며 "앞으로 KT를 이끌 사장단, 부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곧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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