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말름퀴스트 "우린 혼자가 아냐…내 책 읽고 덜 외로웠으면"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작가 서면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한국인이든 스웨덴인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내 책을 읽고 덜 외로워지길 기원합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다산책방)을 최근 출간한 스웨덴 작가 톰 말름퀴스트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바랐다.
그는 이번 책에서 아내와 아버지를 잃고 난 후 갓 태어난 딸을 키우며 겪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치유의 순간들을 깊이 집약해 펴냈다.
세밀한 묘사와 생생한 현실을 담은 독특한 문체로 스웨덴에서 발표되자마자 4개 문학상을 휩쓸었다.
시집을 두권 냈으나 소설은 처음인 그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나 자신을 창조하고, 가능한 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며 "시는 감정의 확장이고 소설은 감정의 구체화라 소설이라는 형식이 내가 겪은 혼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자전적 이야기인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서 그는 갑작스레 자신을 덮친 불행과 슬픔,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한다.
아내의 죽음의 순간을 기억해 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으나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그는 말한다.
"카린을 두 번 떠나보내는 느낌과도 같았습니다. 한 번은 실제로, 한 번은 책에서. 혼란의 한 가운데 있어야 그 감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지만 1인칭 시점으로 사실적 느낌을 살렸죠. 제게 있어 좋은 문학은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하기를 무릅쓰는 사람이 쓴 것이자 힘들고 고통스러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의미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책을 쓰기 위해 저는 좋은 필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맞서려는 말름퀴스트의 이러한 노력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려 평단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혼자가 아니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며 "내가 그저 평범하며 단순한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은 덕분에 독자의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자신의 책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출간됐다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름퀴스트는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 비슷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르다"며 "우리는 모두 인간이지만, 모두 다른 특색을 지니고 다른 꿈, 슬픔과 이별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적 등으로 누군가를 정의하는 것을 보면 슬프고, 나는 스웨덴의 이웃들보다 한국 작가들과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인이든 스웨덴인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내 책을 읽는 독자가 덜 외로워지길 기원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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