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올겨울 제설제 20일분 비축했지만 사용량 '0'
이례적 '눈 없는 겨울' 지속…"적설 합계 4.5㎝ 그쳐"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겨울철 청주는 '제설의 도시'로 불린다.
눈이 조금 많이 내린다 싶으면 이른 새벽이라도 공무원과 관련 장비가 총동원된 가운데 제설 시스템이 가동됐다.
설경을 즐기려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무정하다고 느낄 정도로 도로에 눈이 수북하게 쌓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제설 우선주의'는 민선4기 남상우 전 시장 때 시작돼 청주시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청주시는 지난해 11월 15일 겨울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눈이 오면 덤프트럭·굴착기 51대, 살포기 84대 등을 동원해 시내 64개 노선 844.32㎞에서 제설작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시는 2015년부터 3년간 평균 제설 자재 사용량을 근거로 염화칼슘 1천260t과 소금 7천310t을 확보했고, 모래주머니 4만7천포를 322개 지점에 비치했다.
대략 20일 치 비축 물량이다.
이번 겨울이 이미 절반이나 지났지만, 제설제는 사용되지 않은 채 주차장 등 각 구청 야적장에 그대로 쌓여 있다.
물과 염화칼슘을 섞어주는 교반기 등 장비도 '개점휴업' 상태다.
예년과 달리 1월이 다 가도록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아서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청주의 적설(0.1㎝ 이상) 일수는 3일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청주의 30년 평균 적설(0.1㎝ 이상) 일수는 8.2일이다.
이번 겨울 청주의 신적설(최초 눈이 내려 쌓인 양) 합계는 4.5㎝로 30년 평균 신적설 합계(20.9㎝)에 한참 못 미친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 외곽 고갯길 등에서 부분적인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시내에서 제설제를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청주기상지청은 "동아시아 부근 상층 공기의 흐름이 평년보다 동서 방향으로 강해 전국적으로 눈 내리는 날이 적었다"고 말했다.
청주기상청은 오는 31일께 충북에 비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
청주시는 '눈 없는 겨울'이 이어져 사용하지 못한 제설제는 각 구청 제설기지(적치장)로 옮겨 보관했다가 다음 겨울철에 재활용할 계획이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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