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상승' 서울 단독주택 밀집지, 불만속 눈치 보기
주민들 "집으로 돈 번 것 아닌데 세금 더 내라니"
급매물 아직 없어…일부 고가주택 "세금 문제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가뜩이나 거래가 안 되는데 세금이 더 오른다고 하니 사려는 사람이 더 없을 것 같네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25일 단독주택 밀집 지역 내 중개업소들은 방문자는 물론 문의 전화 한 통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인근의 한 중개업소는 "대출 규제가 강화된 후 매수자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에 한남동 일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중개업소는 "공시가격 인상이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조정 폭이 컸다"며 "문은 열었지만, 손님이 올 거란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올해 전국의 22만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9.1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서울은 17.75% 상승했고 그중에서도 용산구와 강남구, 마포구 순으로 30% 이상 올랐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원종훈 세무팀장에 따르면 마포구 연남동의 공시가격 12억2천만원짜리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23억6천만원으로 93.4% 상승함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작년 458만원에서 올해 687만원으로 세 부담 상한인 50%까지 오른다.
정부는 아파트에 비해 저평가됐던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제고해 조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독주택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는 "오랫동안 한집에 살았고 집을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은 것도 아닌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주민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중개업소들은 공시가격 발표 후 나온 급매물은 아직 없다고 했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중개업소는 "예측 못 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크게 동요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남동의 한 중개업소는 "세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걱정이 된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눈치 보기 단계인 것 같다"며 "오는 6월 종합부동산세가 나오면 그때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초고가 단독주택 밀집 지역은 더욱 조용하다.
강남구 삼성동의 주택·건물 전문 중개업소는 "이 지역 단독주택이나 건물 주인들은 세금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매수 문의가 있다"고 전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 청원인은 "여전히 집값보다 보유세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후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올랐다고는 하나 강남 고가주택의 가격에 비교하면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시세에 맞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청원인은 "요즘 부동산 정책은 규제만 있는 것 같다"며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이삿짐센터, 중개업소, 가구·가전업계 등 연관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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