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벼랑으로 몬 과이도는 누구…野샛별로 뜬 35살 국회의장(종합)
과거 차베스 정권 언론장악 반대 학생시위 이끌고 정치 투신
무명 정치인서 반정부운동 새 얼굴로…국제사회도 기대감 표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사면초가로 몰아넣은 젊은 야권 지도자에게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불과 35세의 '정치 샛별'이다.
그러나 과이도는 지난 5일 국회의장으로 취임해 마두로 퇴진운동의 선봉에 나서기 전까지는 국제사회는 물론 자국 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정치인에 가까웠다.
AP 통신은 과이도가 불과 3주 만에 무명의 평의원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는 자칭 임시대통령으로 혜성처럼 급부상했다고 평하면서 국회의장이 되기 전까지는 베네수엘라인들조차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의 이름을 수도 카라카스를 흐르는 강 이름인 '과이레'와 혼동하는 척하며 그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과이도는 1983년 7월 베네수엘라의 항구도시 라과이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15살이던 1999년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대규모 산사태로 수천 명이 숨진 가운데 과이도 가족도 집을 잃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과이도 의장은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존자들"이라면서 "그들(마두로 정권)이 후안 과이도를 감옥에 집어넣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나타날 거다. 왜냐면 우리 세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과이도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포함해 2곳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정치에 투신한 계기는 2007년 당시 우고 차베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에서 지도자로 나선 일이다. 당시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방송국의 문을 닫았는데 학생들은 이를 언론장악 시도라고 규탄했다.
2년 뒤인 2009년 과이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과 함께 '대중의 의지'(Voluntad Popular·VP)라는 정당을 창당하고 정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빈곤 극복과 민주주의 보장을 주요 임무로 내건 이 당은 마두로 퇴진을 위한 거리시위를 선호하는 등 베네수엘라 야권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파에 속한다고 NYT는 전했다.
당초 VP의 '간판' 격은 창당 멤버 중 하나인 레오폴도 로페스였다. 과이도의 정치 멘토였던 로페스는 2014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로페스의 아내 릴리안 틴토리는 NYT에 "과이도는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겸손하며 우리를 단합시킬 능력이 있다"면서 "하지만 위험도 크다. 그들(마두로 정권)은 레오폴도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그를 감옥에 가둘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미국정부와 정치·외교 관계 단절"/ 연합뉴스 (Yonhapnews)
2011년 대체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과이도는 2016년 바르가스주에서 정식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국제사회에까지 존재감을 알린 것은 지난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면서부터다.
최근 복면을 쓴 정보기관원들에 잠시 구금당하기도 한 과이도는 마두로 대통령을 '정권 찬탈자'로 규정하고 과도정부 수립과 자유 선거를 약속하며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자처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주 대륙의 각국 정부가 속속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과이도가 짧은 기간에 유명세를 타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비결은 타이밍과 막후 지원 덕분이라고 AP는 분석했다.
무려 2천300만%에 이르는 초인플레이션을 비롯한 심각한 경제 위기로 다수 국민이 새 지도자를 원하는 가운데 과이도라는 '뉴 페이스'가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의 정치 멘토이자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야권 지도자인 로페스의 '설계'가 과이도의 급부상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017년 친정부 성향의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의 출범으로 기존 국회가 무력화된 이후 로페스는 막후 공작을 통해 소속 정당인 VP가 국회의장을 맡도록 했고, 그 적임자로 자신의 측근인 과이도를 선택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AP에 과이도가 로페스와 매일 수 차례 대화를 하고 모든 연설과 행동을 사전에 로페스와 조율한다고 전했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와 외신 역시 과이도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지부진한 데다 한동안 분열 양상을 보이던 베네수엘라 야권을 하나로 뭉치게 할 신선한 새 얼굴이 등장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데이비드 스마일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과이도는 야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며 "야권이 마침내 용기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도력을 갖춘 신선한 얼굴을 내세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센트랄대 정치학 교수였던 마르가리타 로페스 마야는 NYT에 "사람들은 그동안 야권에 실망했고, 마찬가지로 올드페이스인 야권의 기득권 정치인들에 진절머리를 냈다"며 "과이도의 등장은 야권을 되살릴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반면 과이도의 정치적 비전 부족과 두서없는 연설 등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는 비판론자들도 있다고 AP는 전했다.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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