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흔들리는데 내수가 받쳐줄까…어두워지는 성장 전망(종합)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2.7%에서 2.6%로 하향 조정
금리 동결 전망도 확산…"금리 인하 논할 단계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수출에 기댄 성장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출의 빈자리를 내수가 일부 메울 순 있어도 지난해만큼 성장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성장률 전망이 꺾이면서 올해 기준금리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기우려에 기준금리 연 1.75%로 동결…세계경제 리스크 확대 / 연합뉴스 (Yonhapnews)
한은은 24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직전 예상치인 지난해 10월 2.7%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2017년 이후 성장세를 이끌어온 수출이 삐걱대는 영향이 크다.
수출은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2.7%) 중 1.7%포인트를 밀어 올렸다.
그러나 올해 수출 여건은 녹록지 않다. 벌써 조짐은 나타났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2% 감소했다. 올해에도 이달 들어 1∼20일 수출은 14.6% 줄었다.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가 지난달 8.3% 줄어든 데 이어 이달 20일까지는 28.8%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조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다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가 '숫자'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수출의 힘이 빠지는데도 성장률 전망을 0.1%포인트만 낮춘 것은 내수로 수출의 빈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임금 상승과 저소득층 복지 확대 등으로 가계 구매력이 향상되며 민간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2.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올라서고 건설투자 감소 폭은 작년보다 축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정부의 투자 활성화, 재정 지출 확대도 경기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올해 정부 소비·투자의 효과가 작년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고 올해 하반기가 되면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수 있는 등 수출 부문에서도 반등의 계기는 남아 있다.
통화정책을 다루는 한은 입장으로선 연초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률을 큰 폭으로 낮췄다가 가계, 기업의 심리가 꺾이면서 경기가 자칫 더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세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골드만삭스, 씨티 등 민간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보다 더 낮게 보고 있기도 하다.
민간소비는 고용 부진·고령화 등에, 투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발목 잡혀 있는 상태다. 소비, 투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소비심리, 기업 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시각도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5%, 3.6%로 제시했다. 불과 석 달 전보다 전망을 0.2%포인트, 0.1%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 호황을 이끈 미국 경제는 점차 꺾이면서 내년이 되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28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의 성장 속도는 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지며 한은의 금리 인상도 당분간은 어렵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점쳐지는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노무라, 바클레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꺾이는 속도를 볼 때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도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희의 판단은 지금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도 완화적이라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가는 것(금리 인하)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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