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확장부터 재개발까지…서울시 대형사업 잇따라 '제동'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관계부처 "합의 안 됐다" 난색
을지로 재개발도 비판 여론에 일부 중단…서울시 "협의 통해 갈등 봉합"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방현덕 기자 = 광화문광장 확장부터 을지로 재개발까지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형사업이 줄줄이 난관에 부닥쳤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부작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입장 자료를 내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를 포함하는 문제는 행안부와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별도 자료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사업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에 따라 공사가 진행될 경우 정부서울청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청사 정문·차량 출입구·청사 내 순환도로가 폐쇄되고, 방문안내실·청사경비대 등 부속건물은 철거된다. 그 결과 청사 건물만 남게 돼 정상적인 운영·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행안부의 주장이다.
행안부는 "관계기관 회의 등을 통해 서울시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며 "앞으로 서울시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광화문역 신설은 국토교통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애초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광화문역 신설에 따른 일체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역과 가까운 광화문역으로 인해 열차 속도가 느려지면서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포함된 이순신 장군상 이전도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설계안에는 이순신 장군상은 정부종합청사 옆으로, 세종대왕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담겼다. 설계안 공개 후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반발 여론에 화들짝 놀란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시민이 이순신상의 존치를 원하면 당연히 그럴 것이며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며 존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0년 넘게 추진해온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서울시는 이날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연말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을지면옥, 양미옥 등 유명 맛집들이 재정비 구역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게 도화선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오래된 노포 등 생활유산을 보존하기로 했지만, 이후 재정비사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드러났다.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모두 생활유산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서울시는 언급된 사업 모두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사업인 만큼 이견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며 "이제부터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는 게 서울시의 임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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