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남산예술센터 독립성·자율성 보장해달라"
시즌 프로그램 발표장서 참여 작가와 서울문화재단 대표 설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남산예술센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 보장을 두고 연극계와 운영 기관인 서울문화재단 사이의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23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2019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양구 작가가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에게 질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그동안 독립 본부로 존재하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 창고극장을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승인했다.
극장의 총괄 운영 및 결정 권한을 지역문화본부장에게 일임함에 따라 기존 극장장 직제와 권한은 없어지고 극장장은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의 예술감독 보직만 담당하게 됐다.
이에 연극계 관계자들은 '공공극장의 운영원리와 독립성·자율성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어 "남산예술센터가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작가는 극장운영 직원들에 관한 결재를 극장장이 아닌 지역문화본부장이 하는 등 행정 및 인사권이 서울문화재단에 있다면 극장이 자유롭게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남산예술센터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극계에는 블랙리스트 트라우마가 있고, 지금 대표님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도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박원순 시장이 독립성 및 자율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휘 대표는 이에 대해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 창고극장을 조직상 독립된 단위로 분리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관련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면서도 "행정 및 인사권은 계속 지역문화본부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극장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연극계 우려를 인정하면서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동숭아트센터 등 관리할 공간이 계속 생길 텐데 매번 별도 조직으로 둘 수 없어 큰 단위로 통합한 것"이라며 "각 공간과 직원들 간의 형평성 및 효율성을 고려해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프로그램 라인업 등은 극장장과 삼일로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고, 결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상 이미 계획된 것들에 대한 지출내역 처리 등"이라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재단 시스템을 혁신 개선해달라는 연극계 요청은 앞으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극계는 김 대표의 약속이 미봉책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무대를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남산예술센터는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작품을 만드는 데 서울시 산하 기관이 운영에 관여한다면 서울시에 비판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이미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은 연극계로서는 개인의 약속이 아닌 시스템과 조직의 변화만이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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