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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피싱] '추위야 반갑다' 겨울엔 빙어를 낚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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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피싱] '추위야 반갑다' 겨울엔 빙어를 낚아보자
겨울낚시, 안전과 뒤처리가 가장 중요

(군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물고기를 잡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수렵과 어로가 유일한 먹거리 해결책이었던 원시시대 때부터 인간의 뇌 깊숙이 각인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낚시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조차도 고기를 낚으면 희열을 느낀다.
이 겨울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겨울 얼음낚시의 진수인 빙어낚시 현장을 다녀왔다. 초심자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최첨단 낚시 장비도 함께 소개한다.



낚시 가운데서도 겨울 얼음낚시는 꽤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취미다. 반대로 말해 겨울 아웃도어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부지런하기만 하면,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는 취미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겨울 얼음낚시의 트렌드가 살짝 바뀌었다. SNS를 통해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노라니, 점점 아저씨 세대가 된 듯 느껴졌다. 예전에 갖고 다니던 그 장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보기 힘들었던 전동 릴부터, 추위를 막을 수 있는 텐트까지, 각종 다양한 장비들이 눈에 띈다. 예전 장비를 그대로 들고 나갈 수도 있지만, 우선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했다. 그래서 보여드리기로 했다.
최신 장비를 통해 빙어낚시 어부가 되는 법. 이 코너를 보면 충분히 어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면 우선 빙어에 대해 알아야 한다.

◇ 빙어는 어떤 물고기?

민물에서는 작은 물고기에 불과한 빙어는 엄밀히 바다빙엇과 물고기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바다로 나갔다 다시 돌아오곤 했지만, 바다빙엇과인 빙어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자 몸집을 줄여 생존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서유구의 저서 전어지(佃漁志)에는 '동지를 전후해 얼음에 구멍을 내어 투망으로 잡는다. 입춘이 지난 후에는 점차 푸른색을 띠다가 얼음이 녹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해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빙어는 맛이 싱그런 오이와 비슷하다 해서 오이 과(瓜)자를 써서 과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 빙어를 잡아놓고 보면 신선한 오이 냄새가 난다.
세종실록에는 예조가 종묘(宗廟)에 올릴 물고기를 마련하는 부분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세종실록 10권, 세종 2년 11월 22일에 '황해·충청도에서는 정월에 청어(靑魚)를 종묘에 올리게 하고, 함길도에서는 12월에 과어(苽魚)를 종묘에 올리도록 명하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함길도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의 조선 시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이다.



◇ 겨울 빙어낚시 '남방한계선'은 어디쯤일까?

빙어낚시에서 남방한계선이 중요한 것은 빙어가 냉수성 어종인 데다 얼음 두께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얼음이 최소 20cm 이상 얼지 않으면 안전상 문제가 있는데, 따스한 남쪽에서는 이 정도의 얼음이 얼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낚시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루어낚시 역사에 한때 한 획을 그었던 클럽들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골드웜이란 곳이다. 그 사이트의 운영자인 김진충 대표에게 SOS를 쳤다. 빙어낚시 잘 되는 곳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들은 것 중 인상적인 이야기는 '빙어낚시에 군위-칠곡-상주 벨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이 주변 지역에 비해 추워 얼음도 잘 얼고, 빙어낚시에 적합하다고 한다.



칠곡으로 갔다. 캄캄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낚시 장소는 경북 군위의 평호지라는 작은 저수지다.
전날 그와 함께 칠곡을 갔으나 사람들이 붐비는 데다 조과(釣果)도 나오지 않는다 해서 바로 접고 그다음 날 새벽 군위군의 한 저수지로 급선회한 것이다.
군위-칠곡-상주 벨트가 날이 따스한 구미지역과는 기온이 최소 5도 이상 차이가 난다는 말을 뒤로하고 차를 몰았다. 공단 도시인 구미는 영하 3도였는데, 큰 도로에서 벗어나 군위의 작은 도로로 접어드니 영하 9도로 수은주가 내려갔다. 오랜 경험을 가진 낚시인의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곳은 작은 '계곡형 저수지'다. 낚시인 사이에선 상류에서 계곡물이 내려와 물이 모인 곳을 계곡형 저수지라 한다. 이 저수지는 내비게이션에서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 빙어낚시 세팅과 신장비들

밤새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텐트 한 동이 얼음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수지 옆 도로로 줄지어 올라오는 자동차 불빛이 새벽 어둑어둑한 지금이 빙어낚시에 황금 시간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둘러 얼음 위에 구멍부터 뚫었다.
구멍을 뚫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나선형 날이 장착된 봉을 몇 초 돌리니 얼음이 바로 뚫렸다. 얼음을 뚫기 위해 창을 준비했던 몇 년 전과는 또 달라진 상황이다. 얼음은 쉽게 뚫렸고 거기에 맞춰 차에서 가져온 스티로폼을 얼음구멍에 맞췄다.



스티포롬은 가운데가 20cm가량 네모난 모양으로 뚫려 있었다. 스티포롬은 단열재로 사용되는 것에다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둘러 부서짐을 방지했다.
스티포롬을 얹은 뒤에는 빙어낚시 전용 텐트를 폈다. 전용 텐트는 추운 얼음 위에서 힘들여 치지 않아도 되도록, 옆쪽에 난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펴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텐트를 편 뒤에는 동서남북에 텐트가 움직이지 않도록 펙(peg,고정용 말뚝)을 설치했다. 꽁꽁 언 얼음 위에 펙은 어떻게 설치할까. 역시 나선형 홈이 파진 나사식 펙이 개발돼 누르면서 돌리니 쉽게 얼음을 파고 들어갔다. 펙에 스트링을 붙이니 텐트는 강풍에도 날아가지 않을 만큼 고정됐다.
어느새 해가 떠올랐다. 텐트 내부로 들어갔더니 햇볕이 조금만 비춰도 후끈한 느낌이 들었다. 과정이 좀 고생스럽긴 해도 텐트를 설치한 뒤의 만족도는 엄청나게 크다. 텐트가 세팅되고 난 뒤에는 낚싯대 세팅이 남는다.
김 대표는 SNS에서 봤던 전동 릴이 부착된 빙어 낚싯대를 폈다. 좀 연식이 된 일제 낚싯대라고 하는데, 오늘은 게스트도 있고 하니 특별히 수제 낚싯대까지 모두 2대를 갖고 왔다. 놀라운 것은 나무로 깎은 수제 전동 낚싯대라는 것이다.



충주에 사는 한 빙어낚시 마니아가 낚싯대 10여 대를 직접 제작해서 원가 수준에 보급했다고 한다. 길어봤자 30cm가량의 잘 깎은 나무낚싯대에는 수면 위로 바늘이 올라오면 멈추게 하는 스토퍼(Stopper) 장치까지 완벽하게 붙어 있었다.
손잡이 쪽 뚜껑을 여니 AA 사이즈 배터리 하나가 들어가 있다. 입질이 있을 때 버튼을 누르면 전동으로 신속하게 수면까지 빙어를 끌어 올린다. 그러다 보니 조과 면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
미끼는 구더기를 쓴다. 잘 관리된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므로 너무 징그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구더기는 바늘 끝에 살짝 걸치듯 꿰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야 오래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 신들린 조과, 비결은?

수심을 재니 5.2m가 나왔다. 수심을 재기 위해 빈 바늘을 내려보냈는데 잠시 후 미친듯한 입질을 보인다. 전동버튼을 가동하니 2∼3초 만에 수면 위로 빙어가 올라왔다.
이런 정도라면 어부로 진로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내리니 이번엔 2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낚시를 좀 안다는 필자도 처음 겪는 조과다.
스무 마리쯤 잡았을 때는 3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의 경우 시간당 몇 마리 잡는 것이 고작일 때가 많았는데, 신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렇게 미친 듯 잡다 보니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갔고, 물고기를 잡았던 플라스틱 용기는 가득 찼다. 더 잡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김 대표에게 이렇게 잘 잡히는 게 정상인지 물었더니 결코 아니라고 한다. 장소 선정이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빙어가 잘 나오는지 정보를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다.



오늘 낚시를 한 저수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저수지로, 몇 년 전부터 빙어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대표 같은 전문 낚시인은 최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요즘 낚시가 잘 되는 장소를 한 군데 알려주면 상대방이 다른 장소를 한 곳 알려주는 식의 정보 교환이다. 엉뚱한 정보나 한물간 정보를 자주 전해주면 자연스레 정보시장에서 소외된다고 귀띔한다.
이런 소식통이 없는 초심자의 경우 대도시의 낚시가게 주인들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니 낚시가게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다음으로는 낚시 시간대다. 밝은 대낮보다 어둑어둑한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하는 편이 좋다.
새벽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이런 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낮으로 갈수록 입질이 예민해졌다. 처음에는 빈 바늘까지 물고 늘어졌던 빙어들은 낚싯줄에 미끼를 줄줄이 달아놓아도 반응이 느려졌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미끼를 얼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는 미끼는 빙어가 물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난로 앞에 미끼를 둬 얼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빙어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매년 빙어 축제마다 등장하는 이슈는 빙어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이다. 빙어를 먹는 방법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산채로 회무침을 해 먹는 것과 튀겨 먹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각종 세균 감염 위험이 있어 회무침보다는 튀김 등의 방법을 추천한다. 튀길 때는 신선한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안전과 뒤처리가 더 중요

겨울철 얼음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강추위가 주춤해지면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서 사고가 날 수 있다. 두께가 최소 20㎝ 이상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주변에 구멍을 여러 개 뚫거나 다수가 모여서 낚시를 하면 절대 안 된다.
특히 남쪽 지역은 더욱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김 대표는 물에 빠졌을 때 수분을 감지해 자동으로 터지는 수분감지식 구명조끼를 준비했다. 수분감지 센서가 달린 구명조끼로, 터지지 않으면 부피가 크지 않아 움직임이 자유롭다.
고가이긴 하지만, 배스 낚시를 오래 해 온 사람들은 이 수분감지식 구명조끼를 대부분 착용한다. 얼음구멍은 지름 20㎝ 미만으로 파서 사람들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철수 시 반드시 얼음을 발로 비벼 메꿔야 한다. 쓰레기 등을 얼음 위에 버리면 얼음이 녹으며 쓰레기가 수장돼 자연을 훼손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날 쓰레기 봉지를 준비했다.

◇ 낚시계에 부는 신선한 바람

최근 낚시계에서는 자연을 지키기 위한 모임이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낚시하는 시민연합'은 자체적으로 만든 쓰레기 봉지를 낚시인들에게 나눠주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낚시꾼이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낚시하는 시민연합이 만든 쓰레기 봉지는 '필드를 지켜라'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최근 낚시인들 스스로 자정을 하기 위해 나서자, 조구업체 등에서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낚시를 마치며 나오려는데 얼음 위에서 삼겹살을 굽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보였다.
김 대표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얼음 위에서 고기를 굽는 등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낚시인이 아니라 1년에 한두 번 나오는 행락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낚시인 가운데는 주변 쓰레기를 수거한 뒤 낚시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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