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반크 단장 "독립선언서 30개 언어로 번역하겠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선언서 담긴 의미도 함께 홍보"
"내달 '독립운동가가 꿈꾼 대한민국' 주제 국가브랜드업 전시회도 열어"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난해부터 독립선언서를 번역하기 시작해 현재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까지 완료했고, 곧 아랍어를 마치면 모두 8개 언어로 번역됩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1919년 3월 1일 한국의 독립을 대내외에 천명했던 독립선언서 번역 작업과 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펼치는 사업의 하나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유명 백과사전 사이트에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75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며 "우리도 올해까지 4개 언어를 추가하고, 5년 내 최소 30개 언어로 번역해 세계인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무모한 일 같지만, 예산은 한 푼도 들지 않고 정말 독립운동 하듯이 재능기부를 통해 하고 있다"며 "반크 활동을 하는 언어 전문가들과 현지어에 능통한 한글학교 교장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로 시작하는 독립선언서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국내 청소년과 청년들이 알기 쉽게 바꾸는 작업도 가장 먼저 마쳤다.
독립선언서가 나온 지 100년이 지났지만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린 기관이나 단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년 전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천명한 3·1 독립선언서는 시간과 국경,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한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자유, 평화, 인도, 정의의 의미를 생생히 알려주고 있어요. '민족'은 13회, '인류'는 6회, '평화'는 3회가 등장합니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상황에서도 인류 평화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한 것입니다."
이 같은 우리의 독립선언서를 접한 외국인들은 "제국주의 침략의 고통 속에서도 평화와 정의, 인류애를 추구한 정신이 놀랍다"는 감탄을 보였다고 박 단장은 들려줬다.
그는 "제국주의 역사를 가졌던 영국과 러시아, 미국의 청년들은 자신들이 보여주지 못한 정신과 숭고한 사상을 침략당한 나라의 국민이 보여줬다는, 비폭력 정신에 감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크는 독립선언서 번역 작업과 함께 그 의미를 세계에 알리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외국 교과서가 대부분 일본 중심의 왜곡된 한국 역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반크는 오는 2월 20일∼25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함께 '2019 국가브랜드업(UP) 전시회'를 개최한다.
박 단장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독립운동가가 꿈꾼 대한민국'을 주제로, 반크의 15만 청소년과 청년이 전 세계에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알린 다양한 '21세기 독립운동가' 활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반크와 연합뉴스는 전시회 기간에 한국의 청소년과 청년으로 구성된 150명의 공공 외교 대사를 모집해, 한 달 동안 한국을 바로 알리는 활동도 전개한다.
박 단장은 "올해 초·중·고교 1만곳, 대학 400곳, 전 세계 740만 재외동포 사회의 한국학교와 함께 21세기 독립운동가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특히 1982년 일본의 역사 왜곡에 우리가 대응했던 독립기념관의 한계를 넘어 21세기 독립기념관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1982년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다. 그러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일본은 조선을 강제로 합방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요청으로 합방한 것이다"라고 말해 한국 국민을 분노케 했고, 당시 후원금 500억원이 모여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지금의 독립기념관을 지었다.
박 단장은 "독립기념관을 건립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 왜곡을 더 심화하고 있다"며 "변하지 않는 일본을 향해 분노를 표현하고 항의하는 데 힘쓰기보다 70억 세계인에게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정확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크가 새롭게 건립할 독립기념관은 건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70억 세계인의 가슴 속에 세운다"는 의미다. 교육 콘텐츠를 만든 뒤 국내외 교육기관과 함께 청소년과 청년들을 21세기 독립군으로 양성해 한국을 알리는 일을 말한다.
그는 "반크의 이같은 프로젝트에 독립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국가보훈처 등 다양한 기관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