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간지 슈칸신초 "한국 군함 이름엔 反日 DNA"
'레이더 갈등' 배경 분석…"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일본뿐"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한일 간의 '레이더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실체는 의외로 단순하다.
지난달 20일 한국 동해와 일본 사이 해역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한국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구호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정찰하던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적대적으로 대했는지, 또 일본 초계기의 경우는 당시 저공 선회 비행으로 구호 작전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제 시절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위안부 문제 합의 백지화 등 일본 측이 반발하는 이슈가 잇따라 쌓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남북한 '밀월'이 더해지면서 사정이 한층 복잡해졌다.
해프닝이 있었던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오후 7시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장관)이 직접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화기 관제용 레이더 전파를 쐈다고 비장한 표정으로 공표했다.
이와야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양국 간에 우발적인 군사 충돌로 갈 수도 있었던 엄중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 당국은 우방인 일본 자위대 항공기를 상대로 공격을 전제로 하는 화기 관제 레이더를 가동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일축하면서 일본 측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소모적인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이 이번 일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한 주간지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 유력 매체에 속하는 '슈칸신초'(週刊新潮)는 오는 24일 자 첫머리 기사 '위기'(Crisis.危機)에서 한국군이 사격 통제 레이다 전파를 일본 초계기를 향해 쏜 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한국 군함 이름에는 반일(反日) DNA가 새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가 1990년대부터 한국군을 취재했다는 기쿠치 마사유키(菊池雅之) 군사 전문기자의 말을 토대로 게재한 기사를 보면 엉터리에 가까운 내용도 있지만 일본 측 관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국 해군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1998년 취역한 한국 최초의 (한)국산 구축함으로 '일본해'(한국 동해)를 관할하는 제1함대 소속 기함(旗艦)"이라며 친선 차원에서 일본을 찾은 적도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함정 이름인 광개토대왕은 한반도 남부의 지배를 둘러싸고 일본과 싸웠다는 고구려의 왕이라고 썼다.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과 한국 최초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도 거론하면서 "이순신은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을 격퇴한 장군이고, 세종대왕은 즉위 이듬해(1419년) 쓰시마(對馬) 섬을 습격(襲擊)했다"고 기술했다.
이 잡지는 한국이 '일본령'인 독도로 이름을 붙인 해군 상륙함도 갖고 있다며 독도함의 자매함에는 한때 '쓰시마'라는 이름을 붙이는 안까지 부상했지만 '졸렬하다'(まずい)는 지적 때문에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또 해군 함정 이름 짓기에서 한국의 '반일 DNA'가 한층 '과격화'(過激化)한 양상을 띤 것은 잠수함 분야라며 2009년 취역한 '안중근함'을 시작으로 윤봉길, 유관순 등 일본 강점기의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잠수함 이름으로 부활했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에 대해선 태평양전쟁기의 일왕인 쇼와 덴노(1901~1989)의 생일축하 잔치에 폭탄을 던졌고, 유관순 열사에 대해선 17세에 옥사한 '한국의 잔 다르크'라고 언급했다.
이 잡지는 일본 기자들의 한국군에 대한 취재 환경이 달려졌다는 지적도 했다.
예전에는 한국 군인들이 우호적으로 일본 기자의 취재에 응했는데 일본을 라이벌로 보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서는 '장래의 적이 될 상대방에는 개인정보를 넘길 수 없다'는 이유로 명함 교환을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웃나라인 일본을 줄곧 가해자로 두고 살아온 한국 측에선 수긍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슈칸신초는 이렇게 결론에 해당하는 질문을 던졌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일본)뿐인지도 모른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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