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살인범, '재판서 불리한 진술' 수감 동료에 협박편지
증인 출석한 재소자에 '다시 만나면 마지막 날' 협박…벌금 100만원 선고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고인이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동료 재소자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황성욱 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41)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황 판사는 "김씨가 편지를 통해 향후 같은 교도소에 수용될 경우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해악을 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7년 11월 A씨에게 '나중에 교도소에서 다시 만나면 그 날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A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여기고 다른 교도소로 이감된 후 A씨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 '생이 마감될 때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잔여 형기가 남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돌고 돌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 징역살이라 그 날이 우리 둘 다 마지막 날이 될지도'라는 내용을 담았다.
황 판사는 김씨가 2016년 6월 광주교도소 운동장에서 A씨에게 "어떤 놈이 나에 대해 검찰에 흘리고 다닌다. 묻어버려야 한다"고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운동장 크기나 여건상 교도관 감시를 피해 재소자끼리 1대1로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재소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무죄로 판단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피해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았으나 2012년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김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는 다른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3년부터 복역 중이었다.
김씨는 당시 피해 여고생과 만났으나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받았다.
이후 검·경이 2015년 재수사에 들어갔으나 증거를 찾지 못하다가 A씨의 제보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A씨는 김씨가 진정·소송 과정에 대해 문답한 점, 사건 직후 찍은 알리바이용 사진을 십수년째 보관해온 사실 등을 진술했다.
김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사건 발생 16년 만인 2017년 1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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