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고위급→트럼프 면담→폼페이오 오찬…북미, 종일 협상(종합)
폼페이오와 오전 회의·늦은 점심까지 두차례 담판…'쪽문 이용' 동선노출 피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이준서 이해아 특파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이틀째인 18일(현지시간) 그의 숙소인 워싱턴DC '듀폰서클 호텔'엔 오전 일찍부터 긴장이 흘렀다.
미 국무부는 오전 일찌감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오전 11시 워싱턴DC에서 회동한다"고 예고했다.
곧바로 국무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호텔에 속속 도착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고위급회담 취재를 위해 국무부 기자단 일부도 도착했다. 경찰견을 대동한 경찰과 특수요원으로 추정되는 일부 인력이 호텔로 들어와 회담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북미 협상은 최대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9층 연회장 '더하이츠(The Heights)'에서 진행됐다.
9층으로 접근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일반 투숙객의 접근이 차단됐고, 1층과 9층을 오르내리는 미국 당국자들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전 10시 45분께 호텔에 도착해 후문으로 들어온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회담장으로 올라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등 국무부 한반도 라인이 총출동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들보다 20분가량 앞서 도착해 1층 회의실에서 실무진과 잠시 머물기도 했다.
국무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비건 특별대표는 회담 시작에 앞서 나란히 옆으로 일렬로 서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세 사람 모두 미소를 지으며 촬영에 임했지만, 악수를 교환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20초가량 촬영이 이뤄진 뒤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장 쪽으로 왼손을 뻗어 김 부위원장에게 입장하도록 안내했다. 김 부위원장은 취재진을 향해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기도 했다.
50분가량 고위급회담을 이어간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20분 시간차'로 호텔을 출발했고, 차량은 백악관을 향했다.
김 부위원장으로서는 협상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과 사전 논의를 벌인 뒤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시도한 셈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90분간 김 부위원장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정오께 숙소를 출발한 김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낮 2시께 숙소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각, 폼페이오 장관도 김 부위원장의 호텔로 되돌아왔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9층 연회장에서 '90분 오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은 오찬을 겸한 2차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오찬 회동이 진행되는 사이,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백악관의 발표가 나왔다.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오찬을 마치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고, 곧바로 실무협상을 본격화한 듯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미국 당국자들이 잇따라 9층 협상장을 찾았다.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당국자 4명도 90분가량 협상장에 머물렀다.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후 6시를 넘겨서야 호텔을 나오면서 "좋은 논의를 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미 스웨덴을 방문 중인 북한 측 실무협상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상이 이어간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극도의 보안 속에서도 고위급회담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 고위급 오찬 회동, 실무급 협상까지 종일 '마라톤협상'을 이어간 셈이다.
김 부위원장을 수행하는 북한 협상팀은 8층에 머물면서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도 가급적 1층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협상단에는 베테랑 외교관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 역시 호텔 정문을 피해 뒷편의 '화물용 쪽문'을 줄곧 이용했다. 뉴욕을 찾은 지난해 5월, 비교적 당당한 모습을 과시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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