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보라인 물밑서 '잰걸음', 이번에도 담판 이끌까
北김영철·美폼페이오 고위급회담…'연결고리' 서훈도 워싱턴行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도 정보라인이 사실상 주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협상이 본격화하면서 남북미 3국 정보라인이 또다시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7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비핵화 조율을 위해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최종 확정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했고 지난 연말에는 판문점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서 원장은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미국과 담판에 나서는 북측의 고민과 전략 등을 충분히 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0월 이후 북미가 교착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미국 CIA는 코리아미션센터(KMC)를 축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KMC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적지 않으며 이들은 그동안 북미접촉을 주도해온 앤드루 김 센터장이 센터를 떠났지만, 평양과 판문점 등을 오가며 막후 협상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과 CIA가 각자 수집하고 평가한 대북정보를 교환하고 한미간의 조율된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의 전문부서지만, 남북대화 등 공개된 활동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물밑에서 활동하고 있어 남쪽의 국정원이나 미국의 CIA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결국 시차는 있지만, 김 부위원장 방미로 남북미 정보라인이 모두 미국의 심장부에 집결한 셈이다.
이런 3각 구도는 폼페이오 장관이 장관에 임명되기 전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형성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CIA 국장시절인 지난해 3월 남북 정보채널 주선으로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고, 이 때를 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김영철-폼페이오 라인'이 본격 가동됐다.
북미 정상의 '복심'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후 위기 때마다 돌파구를 만들며 1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북미 정보라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서 원장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007년 10·4정상회담, 올해 세 차례 정상회담까지 북한 최고지도자와 대화를 성사시킨 주역인 서 원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대북협상가다.
그는 2017년 5월 취임 직후부터 한반도 정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과 신뢰 구축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통전부·국정원-CIA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 원장을 꼭짓점으로 하는 국정원-CIA-통전부로 이어지는 삼각채널이 구축됐다는 평가다.
서 원장은 또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수시로 방미해 남·북·미 3각 정보라인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번에 북미 고위급회담에 앞서 서 원장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한 것 역시 한미 정보라인 간 사전조율을 통한 협상 제고 차원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이들 남북미 3국 정보라인의 활약이 컸던 만큼, 이번에도 다시 시동이 걸린 북미대화에 속도를 내고 담판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성사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1차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2차 회담에서는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나와야 하는 만큼, 정보기관을 통한 물밑 접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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