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중거리핵전력조약' 위반 논쟁 핵심 쟁점은?
美는 러 순항미사일 9M729, 러는 유럽 배치 美MD 문제 삼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냉전 시절 미국-소련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협정으로 평가받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미국-러시아 간 이견으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사거리 미사일 발사대도 금지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협정 위반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뒤이어 12월 4일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게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러시아에 제시한 조약 이행 최종시한은 오는 2월 2일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 측이 주장하는 INF 위반 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미국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양국 외무부 군축 전문가들이 앞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조약 유지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핵통제를 위한 양대 핵강국 간 핵심 조약 가운데 하나가 폐기될 위기다.
미-러 양국은 서로 상대국이 조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7년 초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의 사거리가 2천~5천km로 INF가 금지한 미사일 범주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9M729는 러시아가 2000년대 말 개발한 순항미사일 R-500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며 R-500과 마찬가지로 '이스칸데르-M' 미사일 시스템의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발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세한 제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미국은 이 미사일이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로 유럽 국가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동안 9M729 미사일 개발 사실 자체를 부인해오던 러시아는 이후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를 시인하면서도 그 사거리는 INF 조약이 금지한 수준(500~5천500km)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9M729의 사거리가 480km로 INF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을 500km 이하 사거리로 시험 발사한 자료를 미국 측에 건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17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9M729 미사일 발사 시범을 보이겠다고 제안한 데 대해 "러시아군 통제 아래에서의 발사 시범은 미사일의 실질적 사양에 대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고 거부했다.
톰슨 차관은 "미국이 러시아 측에 해당 미사일을 INF 조약이 금지하는 사거리 이상으로 시험 발사했음을 보여주는 첩보 자료를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분명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INF를 위반한 것과는 달리 미국은 위반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사거리 2천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INF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공격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미국 무인기와, MD 시스템 요격 시험에 이용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형의 '미끼용 표적 미사일'도 INF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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