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분장에 똑같은 행동 반복…부모님은 재방송으로 착각"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에서 극 중 인물 차형석 별명은 '차좀비'다.
게임 속에서 끊임없이 부활하며 라이벌 유진우(현빈 분)를 죽이려고 쫓아다닌다는 설정이 꼭 영화 속 좀비를 닮았기 때문이다.
죽임을 당하던 당시 옷차림 그대로, 대사 한마디 없이 피 칠갑을 한 모습의 차형석을 수차례 연기한 배우 박훈(38)은 최근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감사함을 표했다.
"'차좀비'라는 별명은 감독님이 알려주셨다"는 그는 "너무 재밌고, '차좀비'에 쏟아지는 반응을 보면서 정말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말없이 결투만 하면 되는 연기라 단순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박훈은 "표현 수위를 정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게임 속 캐릭터인데 감정 연기를 해야 하나, 거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표현을 하지 않지만 표현을 해야 한다고, 완벽히 뚜렷하진 않지만 시청자들에게 감정이 누적됐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줬어요. 대사가 없어서 대본을 안 읽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많이 읽었죠. 결과적으로 표현이 비교적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극 중 차형석은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아들인 자기보다 친구를 더 총애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그런 친구를 질투한 나머지 친구의 전 아내 이수진(이시원 분)과 결혼해버리고 만다.
박훈은 "겁 많은 강아지가 크게 짖는 것처럼 형석은 날카롭지만 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에게 인정을 못 받아서 친구 아내였던 사람에게 청혼하는 '찌질함'이라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정도로 차형석은 참 결여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속으론 이수진을 굉장히 사랑하지만 표현을 하지 못했고, 지나간 버스 한번 잡아보려고 애쓰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알함브라'는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게임을 많이 해보진 않았다던 박훈은 "신선함을 넘어 무지의 영역이었다"며 인기 드라마가 된 배경을 소재에서 찾았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한테는 신선한 평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잘 이해 못하셨어요. 금방 죽었는데 같은 옷 입고 계속 나오니까 재방송인 줄 아시더라고요. 결국엔 이해시켜드리는 걸 포기했어요."(웃음)
차기작은 조선 21대 왕 영조의 청년기를 담은 드라마 '해치'다. '이산', '마의' 등을 내놓은 김이영 작가가 대본 집필을, '일지매' 이용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훈은 이 드라마에서 왈패조직 우두머리이자 광대 달문을 연기한다. '알함브라'에 이어 바로 상반기 기대작에 합류한 그는 들뜨기보단 신중한 태도였다.
"배우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모두 다 잘될 수 없는 거니까요. 때로는 큰 관심을 받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그게 사람 사는 인생이기도 하고요. '알함브라'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게 돼 감사하지만, 그에 휩쓸리지 않고 배우로서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2019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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