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총리의 굴욕…여야 의원 '안전장치·협상실패' 불만
현대 의회 역사상 최악의 참패…여야 "더 나은 협상"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승인투표에서 영국의 현대 의회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찬성 202표, 반대 432표의 압도적 부결은 이전의 최악의 참패인 1924년 10월 노동당 소속 램지 맥도널드 총리 시절의 한 표결에서 기록한 166표 차를 거뜬히 넘어섰다.
정부 여당은 주요 야당인 노동당에서 3표를 끌어오는 데 그쳤고 집권 보수당 쪽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314표 중 무려 118표가 이탈했다. 또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표)도 반대쪽에 섰다.
애초 지난달 11일 투표를 하려다 부결이 분명해지자 투표 하루 전 전격 취소했던 메이 총리는 이번에도 당 안팎의 거센 반대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처럼 압도적인 부결에 대해 집권 보수당 내 반대파는 주로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불만을 지목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국익을 위해 "더 나은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전장치는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고자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에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은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수용 불가'를 천명해왔다.
지난해 11월 합의안에 반발, 브렉시트부 장관직을 내놓았던 도미니크 랍 의원은 자신과 같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안전장치와 같은 문제들이 잘 처리됐더라면 합의안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랍 의원은 또 EU가 앞서 어려운 문제를 잘 다룬 만큼 "이제는 영국이 똑같이 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민주연합당의 알린 포스터 대표도 투표 결과에 환영을 표시하면서 의회가 "영국 전체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포스터 대표는 또 안전장치에 대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더 좋은 협상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메이 총리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결 후 바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안을 제출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하원 토론 중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국가 이익보다는 보수당의 문제로 다뤘으면서도 소속당의 지지를 얻는 데조차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코빈 대표는 "합의안은 우리의 경제나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나라에 나쁜 거래"라고 꼬집었다.
노동당은 정부가 협상을 엉망으로 이끌어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의안에 줄곧 반대 뜻을 표시해온 바 있다.
35표의 반대표를 던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측도 "좋은 브렉시트는 없다"고 못 박고 계속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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