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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두고 갈림길에 선 한국 체육 '합숙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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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앞두고 갈림길에 선 한국 체육 '합숙 딜레마'
문 대통령 "운동부 합숙 훈련체계 검토·개선책 주문"
체육회 "합숙·도제식 국가대표 시스템 쇄신책 마련"
올림픽 코 앞이라 당장 선수촌 합숙 철폐는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체육의 어두운 그늘인 폭력·성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합숙 훈련' 문화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서울 태릉선수촌,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이뤄진 국가대표 선수들의 합숙 훈련은 그간 우리나라를 각종 국제대회에서 스포츠 강국의 반열로 올린 원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메달의 산실이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선수촌에서 좋은 성적을 명분 삼아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폭력을 자행하고 심지어 위력을 앞세운 충격적인 성폭행마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자 병폐 중 하나인 합숙 훈련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계 최대·최신식 훈련 시설로 자부하는 진천선수촌이 개촌한지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합숙 훈련 철폐는 선수촌 존립과도 직결된 사안이라 현재로선 쉽게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엄단을 지시하고 "운동부가 되면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합숙소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체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성적 향상을 위해, 또는 국제대회의 메달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떤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하루만인 15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체육회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일련의 사태에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안 마련하겠다"며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방식의 근원적인 쇄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체육계에 만연한 온정주의를 혁파해 조직적으로 폭력·성폭력을 은폐한 종목 단체를 영구 퇴출하겠다고 문 대통령 주문에 보조를 맞췄다.
현행 국가대표 선수촌 운용 방식과 선수 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발언이다.
체육회는 앞으로 정부, 회원종목단체 등과 협의해 합숙 훈련 개선안을 마련할 참이나 종목별 합숙 일자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안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올해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대회가 많이 열리기에 일률적으로 합숙 일자를 줄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체육회장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국내 취업 차단"…고개 숙여 사과 / 연합뉴스 (Yonhapnews)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합숙과 관련해 사회 비판 여론이 있지만, 오로지 올림픽 출전만 바라보고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도 있다"며 "올림픽 출전권과 포인트를 따야 하는 올해는 이들에게 중요한 해"라고 합숙 훈련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올해 종목별 선수촌 최대 훈련 일수는 260일이다.
체육회는 선수촌에서 합숙 훈련하는 회원종목 단체 국가대표 선수들의 숙식·전지훈련 지원·선수촌 운영 유지로 연간 예산 4천억원의 20%인 800억원을 집행한다.


곪아 터진 체육계 고름을 완벽하게 도려내는 것도 중요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지상과제인 만큼 대한체육회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체육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 대항전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 선수들의 합숙 훈련을 당장 중지하거나 훈련 일수를 줄이기는 어렵다"며 "현재 프로를 비롯해 각급 실업팀도 합숙 훈련을 줄여가는 추세인 만큼 합숙의 폐단을 키우는 학생 대상 운동부의 합숙 훈련부터 줄여가는 게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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