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유출 막으려 푸틴과 첫 회동에 속기사 대동안해"
틸러슨이 대신 받아적어…"트럼프, 대화 유출 막으려고 엄청난 노력"
"트럼프 정부, 외국 지도자와의 대화내용 기록으로 안 남겨"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속기사를 대동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회담에 배석한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했다는 다른 매체의 보도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WSJ은 이날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독일에서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첫 만남 때 대화록 유출을 우려해 속기사를 배석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동석한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대화 내용을 받아적어 관계자들에게 전하도록 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은 밝혔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최고위급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동맹국 지도자들도 푸틴과의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WSJ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부인을 믿는다고 말해왔다는 한 전직 관리의 전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백악관이 전임 정부와 달리 대통령과 외국 지도자의 대화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는 발언도 나왔다.
한 전직 외교안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과 관련해 당신이 상상하는 종류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는 외국의 대화 상대와 신뢰를 형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며, 그는 전통적인 외교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멕시코·호주 지도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된 이후에는 통화 녹취록 작성도 줄였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대행은 WSJ에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의 면담 내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지만 항상 속기사를 대동한다"며 "통역사는 회담 중 워낙 바빠서 받아 적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외국 지도자와의 대화록은 국가안보회의(NSC) 구성원과 국무부, 국방부,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등에 공유된다"고 부연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만난 헬싱키 회담에 대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는 댄 코트 국가정보국 국장의 말도 전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에 배석한 통역사의 노트를 압수하고 대화 내용을 유출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음을 강조하면서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모든 대통령이 한 것처럼 대화를 나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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