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비리 폭로 난민 운명은?…국제사회 달구는 '태국 강제송환'
바레인 축구대표 출신 난민에 FIFA "호주로 석방해야"…호주 외무, 석방 논의할듯
사우디 10대 여성 강제송환 무산에 이어 관심 집중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이 '강제송환' 이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족 학대를 피해 호주에 망명하려다 경유지인 태국 공항에 억류된 사우디아라비아 10대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강제송환 방침에 저항하며 '트위터 투쟁'으로 전세계적 지지를 받아 유엔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알-쿠눈은 난민 정착을 고려해 달라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요청을 받은 호주 정부가 긍정적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호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엔, "송환되면 살해될것" 사우디 10대女 난민 인정…호주 갈듯 / 연합뉴스 (Yonhapnews)
알-쿠눈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민감한 '태국발(發) 강제송환' 이슈가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말 휴가차 태국에 왔다가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놓인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5)가 그 주인공이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알아라이비는 왕실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당국에 체포됐고, 고문을 받는 등 탄압에 직면하자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바레인은 알아라이비가 2012년 11월에 경찰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을 거쳐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인터폴(ICPOㆍ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고, 알아라이비는 호주 멜버른에 연고지를 둔 축구팀의 선수로 등록도 했다.
태국 형사법원이 알아라이비를 추방하라는 검찰 요청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강제송환 여부를 결정지을 법원의 재판이 다음 주로 다가오면서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때마침 국제축구연맹(FIFA)도 지난 9일(현지시간) 알아라이비를 석방해 난민 자격이 인정된 호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태국 정부에 거듭 탄원했다. FIFA는 지난주에도 같은 탄원을 제기했다.
FIFA는 탄원서에서 "알아라이비가 프로축구 선수로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호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바레인과 태국, 호주의 관계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로 촉구했다.
호주 외교장관도 이 문제를 태국 측에 공식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날 머리스 페인 외교장관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공식 방문시 알아라이비가 호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페인 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하킴 알아라이비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호주 정부로부터 영주권을 받았다"고 밝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온라인판에서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를 인용 "태국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안전한 피난처라는 명성을 빠르게 잃었다"면서 "대신 경제적 고려나 태국의 정치적 망명자들을 되돌려보내는 호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들이면서 강대국들의 송환 압박에 영향을 받기 쉬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은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신청을 해도 받아들여 지지 않고 본국으로 강제송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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