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실무협상서 잔가지 쳐내고 핵심이슈 본격 담판으로
차관급 무역협상 '진전' 강조…지재권·경제구조변화 이슈는 미해결
中, 구조변화·이행보장 美요구 수용 수준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 종결을 위한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으나 중국 경제구조 변화와 지식재산권·기술 보호 문제를 비롯한 핵심 쟁점은 고위급 협상의 몫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양국의 무역협상은 이제 무역 불균형 등 주변 이슈들을 넘어섰으며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쟁점을 논의하는 본격적인 담판의 과정을 남겨두게 됐다.
미국과 중국은 사흘에 걸친 협상이 끝나고 나서 차례로 낸 성명에서 대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협상단을 이끈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일 낸 성명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 상당한 양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 측의 약속에 논의를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간 무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린다는 중국의 기존 약속을 재확인받고 이를 위한 논의를 더 깊게 진행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도 10일 낸 성명에서 "쌍방이 양국 정상의 공통인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가운데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 문제와 구조적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며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서로 관심을 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 모두 지난해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합의 이후 나온 것 이상으로 발표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미국의 공세 속에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를 두고 방어적인 입장인 중국뿐 아니라 요구하는 입장인 미국도 "지속적인 검증과 효과적인 집행을 조건으로 하는 완전한 이행의 필요성을 논의했다"는 정도의 원칙적인 설명만 했다.
오는 3월 1일까지 90일의 휴전기간 중 40일가량이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 양쪽이 무역 전쟁을 끝낼 만큼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은 셈이다.
협상 전후로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미국 자본에 대한 시장 개방 확대 문제에서 진전 조짐은 계속 나타났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새 법안을 마련했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중단했다. 미국산 대두를 추가로 구매했으며 유전자조작(GM) 농산물 수입 허가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요구인 지식재산권 침해·기술 이전 강요 근절, '중국제조 2025'를 비롯해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 보조와 지원 축소와 같은 구조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해 이견을 좁혀졌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의 구조적 변화와 중국이 수용한 미국 요구를 이행할 구체적 방안을 두고 양국이 고위급 회담에서 더 치열한 협상을 벌일 길을 닦고 있다고 전했다.
양쪽 모두 향후 협상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차관급 협상이 무난하게 진행되면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나서는 더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USTR은 "협상단이 (워싱턴으로) 돌아와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다음 단계를 위한 지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국 상무부도 "쌍방은 계속 긴밀히 연락을 취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에너지와 농업 부문에서 양쪽 입장이 더 좁혀졌으나 구조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격차가 남아 있으며 이것이 더 고위급 협상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중국이 자국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변화를 약속할지, 미국이 요구하는 합의 이행보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어느 정도로 타협할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이 관세를 지재권과 기술이전 강요, 금융시장 개방 등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고 있어 빠른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부터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강경 일변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어느 정도로 시장 개방, 지재권 보호를 약속하고 미국이 관세 조치를 없애 나가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풀릴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등을 이행할 안전장치를 계속 요구하면 중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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