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소환 D-2…중앙지검 15층서 벌어질 치열한 '수싸움'
30기 이상 아래인 부부장 검사와 마주 앉아 조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사상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과 검찰이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을 벌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30년간 판사로 재직한 엘리트 법관 출신인 만큼 조사에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출석해 서울중앙지검이 청사 꼭대기 층인 15층에 마련한 조사실에서 검사들과 마주하게 된다.
앞서 있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때는 응급용 침대 등이 구비된 서울중앙지검 10층 조사실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청사 내부를 수리해 15층에 직원 휴게시설로 쓰이던 곳을 조사실로 정비했다. 보안과 안전을 강화했다고 한다. 15층에는 기존에도 철저한 보안을 요하는 방위사업수사부와 정보통신계가 있어 다른 층보다 출입이 더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다.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도 지난해 15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조사실의 출입문 맞은편 창가에 놓인 책상에서 수사검사 2명과 마주 보고 앉는다.
양 전 대법원장 옆에는 그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52) 변호사가 자리하게 된다. 검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최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 1명과 함께 입회한다.
출입구 왼편에 놓인 수사관용 책상에는 수사관 2명이 앉아 조사를 돕는다.
조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이 앉아 조사받는 책상 뒤편으로 잠시 쉴 수 있는 4인용 소파와 탁자, 식수대가 있는 단순한 구조다.
조사는 신봉수 특수1부장이 관할하며, 실무를 담당한 특수부 부부장 검사들이 양 전 원장을 대면해 조사한다. 부부장급 검사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30기 이상 기수가 낮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한 부부장들이 직접 신문을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담당 부장들도 조사 진행 상황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 법관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진술이 재판 과정이나 유·무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며 조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거래 의혹이나 부당한 법관 불이익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던 양 전 대법원장이 그간 여러 가지 사건 연루 단서를 확보한 수사팀 앞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층에서 일어날 '대결'은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혐의가 방대한 만큼 최소 두 차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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