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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추태] ②솜방망이 징계 되풀이…기억은 그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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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추태] ②솜방망이 징계 되풀이…기억은 그때뿐
물의 일으켜도 제명 후 복당·공천까지
"징계 규정 손질·견제기능 강화 등 개선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충북도의회는 2017년 7월 사상 유례없는 수해 속에서 해외 연수에 나섰다가 비난을 받자 국민을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빗대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김학철 당시 의원과 박봉순·박한범 의원에게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의원이 실제 회기에 출석하지 못한 것은 하루뿐이었다.
나머지 비 출석 기간은 비회기 기간으로 채워졌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당시 이들을 모두 제명한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봉순·박한범 의원을 슬그머니 복당시키더니 공천까지 했다.

자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도의원 후보로 다시 공천했지만, 이 둘은 악화한 여론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들과 함께 제명당한 김 의원은 지난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경남 밀양시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10일 밤 고교 동문인 의장과 운영위원장 사이에 폭행 사건이 났다.
위원장은 의장이 욕을 해 시비가 붙었고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장은 쌍방 폭행이라며 맞섰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따가운 시선이 쏠렸는데도 시의회는 사태 봉합을 위해 전체 의원 명의로 사과 보도자료를 냈을 뿐 결국 징계는 외면했다. 제 식구만 감싸고 시민 여론은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여성비하·막말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에 대해 '공개회의에서 사과'를 요구하고 상임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징계를 했다.
해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8일 도 행정사무 감사 도중 질의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상임위 여성위원장에게 막말해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이처럼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사건·사고에 연루돼 징계 대상에 오르내리는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여전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인 데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다 보니 법 개정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른 의원 징계는 ▲ 제명(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 30일 이내 출석정지 ▲ 공개회의에서 경고 ▲ 공개회의에서 사과로 명시돼 있다.
의원직을 잃는 '제명' 처분을 빼면 모두 경징계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앞으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 정책보좌관 도입 등으로 지방의회 위상과 권한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한 지방분권화와 직접민주주의 실험 무대가 추진되는 시점에서 지방의원들의 사명감과 자질도 함께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금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원이 연루된 사건이나 외유성 연수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내부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로 그치지 않도록 외부인사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나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엄한 징계 처분과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충북도의회는 지난해 말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질타받던 의원 징계의 실효성을 높이려고 '필요할 경우 윤리특위 내에 외부민간위원들로 윤리심사자문위를 구성해 자문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 관련 회의규칙을 개정하기도 했다.
박재욱 신라대 공공 인재학부 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의회에 윤리위도 있고 법 제도는 갖춰져 있다. 의원들이 스스로 준수하느냐가 문제"라며 "문제 있는 의원들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의 소환기준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선만 되면 4년 간다는 인식은 없애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광역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현행법이 정한 지방의원 징계 규정에 직장인처럼 직무 정지, 세비 감액 지급 등과 같은 벌칙 신설을 검토할만하다"며 "다만, 징계는 곧 이미지 타격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법 개정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 내에 윤리심사를 위한 외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친다면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도 했다. (김호천 차근호 김선경 심규석 박정현 장덕종 허광무 홍창진 노승혁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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