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영건 김영준 "5선발로 뛴다면 더할나위 없죠"
김영준 장래성에 주목한 LG, 양창섭 거르고 1차지명
"항상 자신감은 넘쳐요. 너무 넘쳐서 그렇죠"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LG 트윈스의 우완 영건 김영준(20)은 팬들에게 썩 환영받지 못한 1차 지명 선수다.
2018년 신인 1차 지명에서 서울을 연고로 하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는 애초 전망대로 안우진(휘문고), 곽빈(배명고)을 각각 지명했다.
서울 세 구단 중 마지막 순서였던 LG의 선택은 예상과는 달랐다.
LG는 덕수고 양창섭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선린인터넷고 김영준을 1차 지명했다.
양창섭은 이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성적만을 놓고 보면 완벽, 그 자체인 양창섭을 거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김영준을 선택한 것에 LG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의외라는 반응을 넘어 LG 스카우트팀에 악담을 퍼붓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김영준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준은 "그때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준비를 악착같이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1군 등판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동기들의 활약상이 들려올 때면 마음이 급해졌다.
김영준이 조바심을 낼수록 2군 코치진은 동기들을 의식하지 말고 천천히 확실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키 187㎝, 체중 82㎏의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춘 김영준은 LG가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베팅한 케이스다.
김영준의 1군 데뷔가 다른 팀 동기들보다 늦었던 것은 실력이 뒤처져서가 아니었다. 육성 기조 자체가 달랐다.
김영준은 지난해 5월 3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중간 투수로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기약 없이 2군에만 머물던 그에게는 예상보다 빠른 1군 데뷔였고, 생각보다 오래 1군에 머물렀다.
김영준은 지난 시즌 14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35를 남겼다.
20⅔이닝을 던져 안타 19개를 내줬고, 볼넷 15개에 삼진은 16개를 솎아냈다.
성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나뉠 수 있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전반기보다 훨씬 나았던 후반기였다.
전반기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한 그는 후반기 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을 3.86으로 낮췄다.
LG의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기도 했던 10월 3일 잠실 kt wiz전에서는 선발 등판해 5⅓이닝을 볼넷 없이 6피안타 4실점(3자책)으로 막아내고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영준은 "모든 순간이 기억난다"며 "특히 잠실구장에서 KIA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땅이 울릴 정도로 양 팀의 응원이 엄청났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또 하나, 자신이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모든 선수가 꿈꾸는 잠실구장에서 한다는 즐거움에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사소한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더 잘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영준은 시즌이 끝난 뒤 1주일, 마무리 훈련을 다녀온 뒤 1주일을 쉰 것이 고작이다.
지난 시즌을 보내면서 부족한 점으로 여긴 하체 강화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 뭔지 찾고, 계획을 짜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는 2월 스프링캠프에서는 지난해 마무리캠프에 이어 변화구 컨트롤을 가다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더 오래 1군에 있으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 차우찬, 임찬규의 고정된 선발진을 제외하고 공석인 5선발에 대해서는 "5선발로 뛴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자신감은 넘쳤다. 너무 넘쳐서 그렇죠"라며 웃었다.
5선발에 대해 욕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가득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 지난 시즌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었다.
김영준은 1군에서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좋아진 것은 힘을 빼고 던지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듯 순리대로 헤쳐나가면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금은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채워갈지만 고민하려고 해요. 저는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어중간한 걸 제일 싫어해요."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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